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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100살 기자의 절규 “일, 전쟁 책임 침묵…언론은 제역할 했나”

등록 2015-07-22 20:15수정 2015-07-24 16:41

80년간 기자 생활 무노 다케지
“아베, 군국주의로 돌아가려해”
노벨물리학 수상자 등 150여명
안보법안 폐지 요구 집회 ‘확산’
무노 다케지 기자.
무노 다케지 기자.
만 100살의 언론인 무노 다케지(사진)가 21일 오후 일본 도쿄의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지난 80년 동안 저널리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금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세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그 밖의 몇 나라들이 가진 원자폭탄은 수만개입니다. 이것이 사용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조용히 발언하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현재 이런 정세 속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사회 체제를 예전의 군국주의 체제로 돌리려는 여러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아베 당신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임은 정부에 있고 그 최고 책임자는 나’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그 책임을 다하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21살이던 1936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의 중국·동남아 특파원 등으로 4년 동안 전장을 취재했다. 예민한 20대 중반의 청년이 침략 전쟁의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일본군의 온갖 잔혹 행위였다. 그는 일본의 전쟁 책임을 절감하고 퇴사해 고향인 아키타로 돌아가 오랫 동안 지역 언론과 반전 활동을 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은 일본 역대 총리들이 나서 자민당이 지난 16일 중의원에서 강행 통과시킨 안보법제를 재검토하도록 아베 총리를 설득할 것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노 언론인은 마지막으로 일본 언론의 역사적 책임을 통렬하게 따져 물었다. 그는 1945년 8월15일 일본이 항복하기 사흘 전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포츠담 선언을 수락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일왕의 항복 선언때까지 끝내 ‘군부가 항복을 선택했다’는 보도를 하지 않았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 책임이나 사죄의 필요에 대해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은 역사의 일기장입니다. 사회 현상의 원인을 밝히면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내일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전날 노벨물리학상 수장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토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학자 150여명이 안보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일본의 각계각층 시민들 사이에서 아베 총리의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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