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0주기인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역대 총리들 19년간 언급과 대조
100개국서 참가…5만5000명 운집
미 주일대사·국무차관 참석 ‘눈길’
중 언론 “침략 언급도 회피” 비판
100개국서 참가…5만5000명 운집
미 주일대사·국무차관 참석 ‘눈길’
중 언론 “침략 언급도 회피” 비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서 핵은 ‘비인도성의 극한’이며 ‘절대악’입니다.”
피폭도시 히로시마의 상징인 ‘원폭 돔’이 바라다 보이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평화의 등불’ 앞에서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이 연단 위에 섰다. 그는 “우리의 고향은 따뜻한 가족들이 살고, 인정이 넘치는 지역의 연대가 있고, 아이들이 뛰노는 천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라며 이날 연설을 시작했다.
6일 오전 8시15분, 원폭 투하 70주년을 맞은 일본 히로시마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70년 전 정확히 바로 이 순간, 미국의 B-29 전략 폭격기가 떨어뜨린 ‘리틀 보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우라늄 농축 핵폭탄이 히로시마 상공 600m 위에서 폭발했다. 원자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된 순간이었다. 이날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세계 100여개 나라 사람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고, 5만5000명의 추모객이 운집했다. 미국에서도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와 함께 로즈 고테묄러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담당 차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마쓰이 시장이 강조한 것은 핵무기를 없애기 위한 좀더 적극적인 세계의 노력이었다. 그는 “세계엔 여전히 1만5000발이 넘는 핵무기가 존재한다. 핵보유국의 위정자들은 자국 중심적 사고에 빠져 핵의 위협에 매달리는 언동을 거듭하고 있다”고 미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을 비난했다. 이어 “2020년까지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폐기 조약의 교섭 개시를 향한 세계의 움직임을 가속시키기 위해 강한 결의를 갖고 전력을 다해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단에 오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은 앞으로 핵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해 한층 노력을 쌓아가겠다. 이 결의를 밝히기 위해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 새로운 핵무기 폐절 결의안은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도사에서 역대 총리가 지난 19년간 언급해온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거론하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일본이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이라고 말하면서도 2013∼2014년 잇달아 언급했던 ‘비핵 3원칙’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침략행위에 대한 언급도 회피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민일보> 해외판 사이트인 해외망은 “추도식에 중국 대표단은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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