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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 담화, 한일 두나라 전문가 평가

등록 2015-08-14 21:14수정 2015-08-14 22:08

한국/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반성으로 보기 어려워…아베 민낯 드러나

양기호 교수
양기호 교수
“무라야마 담화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반성문이 아니고 선언문에 가깝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과거 무라야마 담화에서 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통절하게 사과했던 데서 크게 달라져서, 가해자 입장이 아닌 제3자적인 입장에서 식민통치를 근대화 과정 중에 일어난 한가지 일로 서술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일전쟁에서 한국의 독립을 지켰다거나, 전시에 여성들의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 대목 등에서 문제점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용 자체가 진정성이 담겨야 하는데, 진정성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이번 담화는 기본적으로 과거사 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아베 총리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양 교수는 한국 못지않게 중국의 반발 또한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침략에 대한 용어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중국의 제국주의 행태에 대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냈기 때문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베 총리가 잘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으로서는 지난 4월말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내놓은 내용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담화도 비판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본 내에서도 “진보적인 <아사히신문> 정도가 비판할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으로는 별 문제제기 없이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아베 담화가 불충분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대화 복원을 시도해온 기존의 대일 정책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민당의 우파적 분위기는 이제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보고 대일 정책을 짜야 한다. 이런 담화 등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며 “한-중-일 정상회의라는 삼자 협의체를 계기로 연내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일본/ 오코노기 게이오대 교수 “현 상황서 최선…한국인에겐 부족할수도”

오코노기 교수
오코노기 교수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선 가장 좋게 나온 담화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보기엔 좀 부족할 수도 있다.”

일본 내 가장 저명한 한국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69·사진)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14일 오후 아베 담화가 공개된 직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담화의 내용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이번 담화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 보였던 무라야마 담화(1995년)에 대한 태도를 전환해 무라야마 담화가 언급했던 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 등의 표현을 모두 담았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이어 담화에 “전쟁의 그늘 속에서 깊이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선 안 된다는 등 2번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도 이뤄졌다. 이것도 이번 담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자세를 볼 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교섭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후 양국간 협상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이번 담화가 한국인들에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담화를 보면, ‘러일전쟁이 식민지배 아래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 일본에 병합된 직접적인 계기가 러일전쟁이었기 때문에 이런 언급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쟁 기간 동안에 이뤄진 한국인의 징용, 징병의 문제도 언급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런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일본 내에 징용 문제 등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이만큼이라도 진전된 담화를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아무래도 여론의 영향이 컸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그래도 한국에 사죄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밖에 한국과의 외교 문제를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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