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총재 무투표 재선 유력시
‘장기집권’ 당 파벌들 경쟁·협력
나름 균형·건강성 유지해왔지만
인사 보복 두려워 반대 사라져
‘장기집권’ 당 파벌들 경쟁·협력
나름 균형·건강성 유지해왔지만
인사 보복 두려워 반대 사라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독주를 막을 당내 견제 세력은 없는 걸까? 20일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무투표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아베 독주’를 우려하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아베 재선으로 자민당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무투표 재선을 향한 일련의 흐름에서 현재 자민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첫번째 문제는 당의 활력 저하다. 당대 권력에 도전해 가는 에너지가 약해진 것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민당에서 아베 총리에게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노다 세이코 전 총무회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출마에 필요한 의원 20명의 지지를 얻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다 전 총무회장은 지난해 6월 월간 <세카이>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안보 정책에 대해 “무력행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자위대가 군이 된다. 군대에선 죽이는 일도,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에서 건전한 비판이 사라진 원인을 파벌 정치의 종언에서 찾고 있다. 일본 정치에선 2009년 민주당이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이루기 전까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이어졌다. 그 때문에 자민당과 야당 사이의 정권 교체를 통한 정책 전환보다, 자민당 내 다양한 파벌들이 경쟁·협력하며 나름의 균형과 건강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재 자민당의 주요 파벌들은 당과 내각 인사에서 보복당할 게 두려워 아베 총리의 정책에 제대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민당에서 아베 총리의 안보 법제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곳은 일본의 부흥을 위해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며 경제발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시다 독트린’을 계승한 기시다파(소속의원 45명)다. 이 파벌은 아시아와 우호관계를 중시해 온 오히라 마사요시,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를 배출한 자민당 내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된다. 지난 8월 초 기시다파 소속의 젊은 의원들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둘러싼 채 “내각을 뛰쳐나가 총재 선거에 나서거나 적어도 가을엔 외무상직을 내려놓고 ‘포스트 아베’를 노릴 것”을 요구했지만, 기시다 외상은 “그렇지”라며 한숨만 내쉬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일 전했다.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에 이어 당내 제2의 파벌인 누카가파도 지난 7월 말 총재 선거 무투표 당선이 바람직하다며 아베 총리에게 백기를 든 상태다. 이런 상태를 견디지 못한 자민당의 원로인 고가 마코토 전 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 전 부총재 등이 나서 아베 총리에 대항할 후보 옹립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