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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장볼 때마다 주민증 내밀라니… ‘일본판 주민번호’ 논란

등록 2015-09-09 20:17수정 2015-09-10 10:28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일본 시민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일본 시민들. 도쿄/AP 연합뉴스
‘마이 넘버 제도’ 내년부터 시행
2017년 소비세율 10%로 인상 앞서
생필품 경감세율 도입 위해 추진
아소 “카드 제시 안하면 감세 없다”
개인정보 유출·국가통제 강화 우려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주민증을 내밀라고?

일본에서 내년 1월부터 본격 사용되는 ‘마이 넘버 제도’(개인번호)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마이 넘버 제도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모든 일본 거주자(외국인 포함)에게 12자리의 숫자를 부여해 세금, 사회복지, 재해대책 등 여러 행정 업무를 효율화하는 제도를 뜻한다.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우편을 통해 개인번호를 통보하고 있다.

행정기관뿐 아니라 사기업의 영업에도 주민등록번호를 널리 활용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이 같은 제도가 없어 기본적으로 이름과 주소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고 있다. 그로 인해 여러 행정적 비효율성이 지적돼 왔다.

최근 마이 넘버 제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커진 것은 일본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경감세율’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였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4월 5%이던 소비세율을 8%로 올리며 큰 홍역을 앓아야 했다. 그 때문에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8%이던 소비세율을 2017년 4월 다시 10%로 2%포인트 올릴 땐 생필품에 대해선 증세를 도입하지 않는 ‘경감세율’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왔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가 지난 4일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경감세율을 도입하는 것은 귀찮다”며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부터다. 일본 재무성은 이후 주민들이 물건을 살 때 마이 넘버 카드를 제시하면 ‘술을 뺀 음료와 식료품’에 대해선 증세분인 2%포인트의 세금을 1년에 1인당 4000엔 한도에서 돌려주겠다는 ‘일본형 경감세율제도’를 제시한 상태다. 감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꼬박꼬박 주민증을 내밀라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아소 부총리는 “카드를 들고 다니고 싶지 않으면 들고 다니지 않으면 된다. 그 대신 감세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간 물밑에 잠들어 있던 마이 넘버 제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과 국가에 의한 감시체제 강화다. 일본 정부는 처음엔 이 번호의 이용 범위를 세금, 사회복지, 재해대책 등으로 한정했지만, 최근 법 개정이 이뤄져 2018년부턴 은행계좌나 건강검진·예방접종 등 의료기록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번호의 사용 폭이 커지면 번호 유출에 따른 위험성이 커진다. 또 일본 정부가 전 국민의 장바구니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등 국민에 대한 국가의 통제도 강화된다.

다치야마 고키 야마구치대학 교수(헌법학)는 9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장의 카드로 자신의 정보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면 분명히 편리해진다. 그러나 일단 (번호가) 유출되면 시민생활의 모든 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무라이 도시구니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도 “범죄 수사라는 명목으로 헌법상 시민들의 권리에 해당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국가가) 뭐든지 확보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도 전국민의 열손가락 지문과 주민번호 확보 등을 통해 시민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계를 갖고 있는 한국식 감시 사회의 위험한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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