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 반대단체 사무국장 니쿠라 야스오 인터뷰
지난 1일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 76)가 입항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선 시내 곳곳에서 하루 종일 시민들의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니쿠라 야스오(63) ‘원자력 항모의 모항화를 저지하는 미우라반도연락회’ 사무국장은 “미 원자력 항모의 입항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사고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진 상태”라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된 만큼 앞으로 로널드 레이건호를 중심으로 하는 미 제7함대와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본격적으로 공동작전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코스카는 한국의 동두천·평택과 같이 일본 내의 대표적인 ‘기지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따라
레이건호와 공동작전 가능
미국의 전쟁에 말려들게 될 것”
-미 항공모함에 반대해온 지역 주민들의 운동의 역사가 매우 깊어 놀랐다.
“요코스카는 지난 전쟁 전 일본 해군의 중요 거점이었고, 지금도 미 해군 7함대와 해상자위대의 기지가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곳은 군도(軍都), 즉 군대의 도시라 불려왔다. 1960년 무렵 요코스카에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처음 입항하며 큰 반대운동이 이뤄졌다. 요코스카에 미 항모가 처음 들어온 게 1973년이었다. 항모는 전쟁을 하기 위해 전투기를 태운 배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42년 동안 요코스카는 미 항모의 모항으로 존재해왔다. 미 항모가 해외에 모항을 두고 있는 것은 요코스카뿐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번에 입항한 로널드 레이건호는 원자력 추진 항모다.
“이전에 요코스카에 주둔해 있던 미드웨이호, 인디펜던스호, 키티호크호는 중유로 움직이는 통상형 항모였다. 그러나 2008년 조지 워싱턴호부터 원자력 항모로 바뀌었다. 이번에 입항한 로널드 레이건호는 길이가 333m나 되는 큰 항모이긴 하다. 그러나 항모가 원자로(열 출력 60만㎾)를 2기나 품고 있다는 것은 주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 등 피폭의 경험을 갖고 있고,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비극도 겪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면 어쩌나, 핵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등의 두려움과 공포를 주고 있다. 그러나 미 항모의 원자로는 일본 정부의 안전 심사를 전혀 받지 않는다. 또 2006년 키티호크호의 승무원에 의한 일본 여성 살인 사건에서 보듯 미군 범죄에 대한 우려도 매우 크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일본에 제출한 것은 2006에 제시한 ‘팩트 시트’뿐이다. 이를 보면, ‘원자로를 4중 격납용기나 항모 선체 등 4중의 방호벽으로 감싸고 있어 방사능을 함내에 가둘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번 항모 교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2008년 조지 워싱턴호가 배치되기 전인 2006년과 2008년 시민들이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항모 입항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운동을 진행했었다. 당시 4만~5만명의 주민서명(시의 전체 인구는 41만명)을 모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항모 입항에 찬성하는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시 의회는 이 안을 부결했다. 내가 활동 중인 연락회는 그 무렵인 2006년 5월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입항을 앞두고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항모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시민 1만2059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 항모 배치에 찬성 의견은 13.7%, 반대 의견은 그보다 3배 많은 49.7%에 이르렀다.)
-지난달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사실이 앞으로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고 있는 미 해군 제7함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2013년 5월 조너선 그리너트 미 해군참모총장이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미·일 합동 항모 기동부대를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5월 조지 워싱턴호가 요코스카에서 나와 미국으로 돌아갈 때 (자위대의 경항모인) 이즈모가 이를 배웅했고, 이번에 로널드 레이건호가 들어올 때 이즈모가 다시 이를 맞으러 나가 입항을 유도했다. 이것이 앞으로 일본이 행사하게 될 집단적 자위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 앞으로 미 제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호와 일본의 경항모인 이즈모와 가가(현재 건조중) 등이 함께 공동작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도 자위대가 미 항모 등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적이 자위대를 공격할 수 있게 되고, 일본이 미국의 전쟁에 말려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요코스카/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레이건호와 공동작전 가능
미국의 전쟁에 말려들게 될 것”
니쿠라 야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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