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월14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산케이신문>, “일본 응할 생각 없어 11월 아베-박근혜 회담 암운”
한국 정부가 11월1일 열릴 전망인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로부터 ‘사죄의 표현’ 등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 내, 박근혜 정부가 등장한 뒤 총력을 기울여 해법을 모색해 온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6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쪽이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하는 분명한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문은 “일본은 현재 전제 조건 없는 정상회담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어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지난 2년 반이 넘도록 동안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조처’를 양국간 정상회담의 사실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일본과 대립해 왔다. 그러나 한·미·일 3각 동맹을 심화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의향을 받아들여 사실상 대일 외교의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그 때문에 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지난 ‘아베 담화’(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해 “(아베 담화에 관해선)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에 대한 정면 비판은 삼간 바 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난 19일 일본 사가미만에서 진행된 자위대의 관함식에 한국의 함선 대조영함을 파견하고,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하는 등 양국간 군사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에게 요구해 온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추가 조처를 뜻하는 ‘성의 있는 조처’는 얻어내지 못했지만, 일부가 비판하는 ‘빈손 정상회담’은 아니었다는 모습을 국내외에 내보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이런 궁색한 처지를 고려해 외교적 온정을 베푸는가이다. <산케이신문>은 현재 총리 주변에선 “위안부나 역사 인식 문제에서 일본은 (한국에게) 몇번이나 속아왔다. 정상회담에서 사죄를 해 다음 세대에 화근이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언제나 배신을 당한다”는 신중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만든 상태라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한 현안에 대해선 국장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끈질기게 협의를 진행한다는 종래의 자세에서 전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 공동 선언엔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한-중-일 3개국의 경제 연대 강화 △3개국 정상회담의 정례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사이의 양자 회담은 한·중·일 정상회담 직전에 여는 쪽으로 최종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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