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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법적 책임’ 회피…위안부 문제, 다시 1995년 원점으로

등록 2015-11-03 19:38수정 2015-11-03 21:12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맨 위)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맨 위)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한일협정으로 해결” 기존 입장 고수
‘추가 조처 가능성’ 태도 소폭 변화
201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시작된 한-일 사이의 위안부 갈등이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법적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20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한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갈등을 통해 애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수정 의지를 밝혔던 ‘고노 담화’(1993년)를 지켜낼 수 있었지만,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은 바꾸지 못했다. 두 나라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을 빚었던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 당시의 논의로 회귀한 것이다.

일본은 당시 기금 발족을 통해 일본의 ‘도의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이것이 국가의 책임, 나아가 국가가 관여한 범죄 행위였음을 뜻하는 ‘법적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예산이 아닌 시민 모금으로 속죄금(200만엔)을 지급했다. 그러면서 인도적인 견지에서 의료지원비(300만엔)엔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당시 이 기금을 발족시켰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지난 7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나 자민당에서 ‘(1965년 체결된) 일-한 조약으로 배상 문제는 해결이 됐다. 지금 와서 (배상 등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강해 벽을 부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던 한국 시민사회의 끈질긴 투쟁에 힘입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외교 교섭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2011년 8월 헌재 결정이 나오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2011년 12월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만난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한다. 그러나 좀처럼 원하는 결과를 못 얻게 되자 2012년 8월 독도 방문을 결행하며 한-일 관계를 격랑 속에 빠뜨리게 된다.

이후 일본에서 새 총리로 등장한 인물이 강경 우파인 아베 총리였다. 그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2014년 2월엔 위안부 동원과정의 강제성과 군의 개입 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는 우경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국내외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담화를 계승하겠다”며 후퇴한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올해 들어 박근혜 정부의 원칙주의적인 역사 인식에 피로감을 토로하며 사실상 한국 쪽에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한다. 결국 한-일 두 나라는 치열한 역사전쟁을 통해 ‘고노 담화’와 ‘65년 체제’라는 양국간에 존재하는 ‘휴전선’을 확인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2일 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많은 여성이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입었고, 이 문제가 일-한 관계 발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 아래 미래 지향의 관계를 구축하려면 장래 세대에게 장애가 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 일치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태도에서 ‘추가 조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쪽으로 변화를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법적 책임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위안부 문제가 먼 길을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쿄/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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