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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속증식로 ‘몬주’ 퇴출 위기 일본, 핵연료 정책 사실상 파탄

등록 2015-11-05 19:52

“안전하게 운영할 주체 찾아라”
원자력규제위, 문부성에 권고
폐로땐 플루토늄 보유 명분 잃어
중 “일 1350발 핵탄두 제조 가능”
유엔서 플루토늄 보유 맹비난
일본의 ‘핵연료 사이클’ 정책이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일본은 그동안 이 정책을 방패막이 삼아 다량의 플루토늄 보유를 정당화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규제위)는 4일 정례회의를 열어 일본 핵연료 사이클 정책의 핵심인 고속증식로 ‘몬주’를 안전하게 운영할 능력을 가진 새 운영주체를 찾는 등 안전 관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담당 부처인 문부과학성에 권고했다. 현재 몬주를 운영·관리하고 있는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는 2012년 11월 원자로에 사용된 약 1만개 기기의 안전 점검을 누락하는 등 몬주의 안전 관리에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문부성이 6개월 안에 새 운영주체를 찾지 못하면 몬주의 폐로를 포함한 근본적인 정책 수정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몬주가 폐로되면 현재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서 완공을 앞두고 있는 롯카쇼 재처리 공장의 가동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날 회에서 참석 위원들은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는) 몬주가 정지 중일 때에도 안전 관리를 할 능력이 결여돼 있다. 운전을 맡겨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일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실제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내 3개 유력지가 사실상 몬주의 폐로를 촉구하는 사설을 내놓는 등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판단은 이미 내려진 상태다.

문제는 이 원자로가 갖고 있는 미묘한 안보정책상 의미다. 일본은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고속증식로 건설을 기둥으로 하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미국으로부터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재처리 권한’을 인정받고 있다. 허용의 명분은 플루토늄을 원료로 발전을 할 수 있는 고속증식로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이를 위해 1994년 몬주를 완공했다. 그러나 몬주는 가동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 20년 넘는 동안 10조엔을 잡아먹고도 단 1㎾h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한 고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속증식로는 일반 원자로와 달리 냉각재로 물 대신 나트륨을 사용해야 하는데, 나트륨은 물이나 공기와 닿으면 쉽게 폭발을 일으켜 안전 관리가 쉽지 않다. 일본이 몬주 계획을 포기하면 2014년 말 현재 47.8t(일본 국내 보유량 10.8t)이나 되는 막대한 플루토늄 보유를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최근 유엔에서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를 정면으로 문제삼는 등 외교 쟁점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달 20일 중국은 유엔 제1위원회에서 “일본은 플루토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1350발의 핵탄두 제조에 충분한 양이다. 일부 정치세력은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 정부가 핵연료 사이클 정책이 사실상 파탄났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몬주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있는 ‘원형로’ 단계의 고속증식로다. 이 원자로를 가동하면 그 과정에서 핵분열을 하지 않는 ‘우라늄 238’(자연계 전체 우라늄의 99.3%)이 중성자를 만나 핵분열을 하는 ‘플루토늄 239’로 변한다. 연료를 소비한 뒤에 연료를 소비하기 전보다 더 효율이 높은 연료가 생성돼, 한때 과학자들은 고속증식로를 ‘꿈의 원자로’라 불렀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난제가 너무 커 일본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계획을 포기했다. 일본 정부는 1983년 이 원자로 건설공사를 시작해 1994년 가동을 시작했지만 1㎾h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한 채 해마다 엄청난 예산만 쏟아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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