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확대 나선 아베노믹스
1기 정책으로 대기업 실적만 개선
낙수효과 적어 경기 안살아나
임금상승 통한 분배 확대에 역점
아베 임금인상 촉구에 재계 공감
기업들 설비투자 확대엔 신중
1기 정책으로 대기업 실적만 개선
낙수효과 적어 경기 안살아나
임금상승 통한 분배 확대에 역점
아베 임금인상 촉구에 재계 공감
기업들 설비투자 확대엔 신중
일본 정부가 26일 내놓은 아베노믹스 2기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1기 정책에서 중점을 둔 ‘양적 완화’에 의한 성장 전략을 ‘임금 상승’을 매개로 분배까지 확장했다는 점이다. 아베 노믹스 1기 정책으로 수출 위주의 대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그 효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낙수 효과’가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있고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정책 판단은 이날 공개된 A4 12장 분량의 ‘1억 총활약 사회의 실현을 위해 긴급해 실시해야 할 대책’(이하 긴급대책)이라는 정책 문서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이 문서에서 일본 정부는 1기 정책으로 인해 “기업의 경상이익이 최대수준에 달했고, 임금 상승도 2년 연속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소비의 개선 속도가 늦고, 기업 수익에 견줘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긴급대책은 이번 대책의 기조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고 명확히 표현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지난 2년 동안 2%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긴 했지만 실질 임금은 계속 하락해 왔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매월노동통계조사 조사를 보면, 9월 현재 일본의 실질 임금은 지난 201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94.6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4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보이다 3개월 전에 겨우 상승 반전한 수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망설이면서, 지난해 4월 소비세 상승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일본 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16일 일본 내각부가 공개한 수치를 보면, 설비 투자는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2%와 1.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현실 인식에 기초해 임금 상승과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일본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긴급대책에는 일본 사회가 직면해 있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보육과 노인 대책 등도 대거 포함됐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노믹스의 2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들의 협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인식하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긴급대책을 발표하며 정부와 경제계 대표가 함께 모여 경제대책을 논의하는 ‘관민대회’도 동시에 열었다.
아베 총리는 관민대회에서 “경제의 선순환은 설비투자와 임금 상승에 달려 있다”며 기업들의 협력을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 재계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동의한다는 태도를 밝혔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 회장이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들에겐 올해를 뛰어넘는 임금 상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비투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설비투자를 하려면 환경 정비가 불가피하다. 법인세가 내년도엔 (현행 32.11%)에서 20%대가 됐으면 한다”며 법인세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재무성 쪽에선 국가부채 부담을 우려해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니치신문>은 설비투자를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간에 견해 차이가 드러났다”고 전했고, <아사히신문>에선 정부가 내년 여름께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 기업이익과 실질임금 증가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