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기 타결”…한국은 침묵
공-수 뒤바뀐 묘한 분위기
양국 물밑조율 진전 있었거나
서로 양보기대 ‘동상이몽’ 가능성
법적 책임·소녀상 철거 등 난제
공-수 뒤바뀐 묘한 분위기
양국 물밑조율 진전 있었거나
서로 양보기대 ‘동상이몽’ 가능성
법적 책임·소녀상 철거 등 난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방한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양국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25일 공식 발표했다.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27일엔 제12차 한-일 국장급 협의가 진행된다. 하지만 전날 이를 전한 일본 언론의 보도 이후 한·일 양국 정부의 대응 태도가 미묘하게 엇갈렸다.
아베 정부는 전날에 이어 25일 오전에도 기시다 외무상의 방한을 기정사실화하는 ‘굳히기 작전’에 나섰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오전 “일-한 관계와 위안부 문제에 관해 지혜를 짜내 전력으로 임하고 땀을 흘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올해가 국교정상화 50돌임을 고려해 조기 타결을 목표로 여러 각도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장관 사이의 회담도 현재 (일정을) 조정중”이라고 밝혔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한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의 일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다”라고 말해 협의에 큰 진전이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가 25일 오후 4시 기시다 외상의 방한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외교부는 세 문장의 짧은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 말고는 어떤 공식·비공식 설명도 피했다.
사안의 성격에 걸맞지 않게 ‘공격’과 ‘수비’가 뒤바뀐 듯한 묘한 분위기다. 좋지 않은 조짐이다. 이를 두곤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무죄 판결(17일)과 헌법재판소의 한일청구권협정 헌법소원 각하 결정(23일)을 아베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양보 메시지’로 받아들인 반면, 한국 쪽은 아베 정부가 새로운 양보안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동상이몽’이라는 지적이다. 둘째는 양국 정부가 그간 물밑 조율을 통해 조기 합의를 도모해볼 수 있을 만큼 견해차를 좁혔으리라는 기대 섞인 해석이다.
어느 쪽이든 이번 회담에서 합의 또는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리라고 전망하긴 어렵다. 지금까지 일본 쪽이 내놓은 해결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조성한 대규모 기금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복지·의료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둘째, 일본 총리가 ‘사과 편지’를 쓰고 주한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방문해 사과하고 총리의 편지를 전달한다. 이 두 방안엔 양국 정부가 적잖은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려면 세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쪽인데, 스가 장관은 25일에도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배의 모든 법적 책임은 종결됐다’는 기본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둘째, 일본 쪽의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요구다. 셋째, 한국 정부가 더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라는 일본 정부의 ‘최종 해결’ 주장이다. 첫째 사안은 국제 외교 무대에선 낯설지 않은, ‘각자 편리한 대로 해석한다’는 ‘창조적 해법’을 모색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소녀상 철거는 한국 정부에 권한이 없을뿐더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최종 해결’ 천명은 한국 정부가 떠맡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박근혜 정부가 합의에 매달려 세 쟁점에서 지나치게 양보할 경우,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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