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선전 공작에 너무 놀아났다”
일 정부, 경고 대신 ‘개인 발언’ 두둔
일 정부, 경고 대신 ‘개인 발언’ 두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한-일 정부간 12·28 합의가 나온 뒤 처음으로 자민당에서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였다”는 ‘망언’이 나왔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엄중히 경고를 하지 않고 대신 “개개 발언에 답할 것은 아니다”며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교도통신>은 14일 도쿄 지요다구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외교·경제 협력본부 등의 합동회의에서 한 남성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으로서 비즈니스였다. 이를 희생자인 것처럼 하는 선전 공작에 너무 놀아났다. 직업으로서 매춘부였다고 말을 못하니까 (위안부에 대한) 잘못된 사실이 한-일 양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28 합의 이후 일본 여당인 자민당 의원이 위안부는 매춘부였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아래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아베 총리는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여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데 대한 국내 반발이 이어지자, 이 표현을 통해 일본 정치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듯한 망언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망언보다, 이를 대하는 스가 관방장관의 태도였다. 그는 이날 오전 정례기자회견에서 일본 자민당 의원으로부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는 발언이 “지난해 일-한 합의에 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이 아니냐”는 <교도통신> 기자의 발언에 “의원 개개인의 발언에 답할 게 아니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해 일-한 간 외무대신이 합의한 것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멈췄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 같은 망언을 두둔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당 의원의 끈질긴 호소에도 자신의 입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하는 것을 끝내 거부하고, 일본 우익 의원으로부터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이 이어짐에 따라 일본이 진심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가 불투명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합의를 백지화하라는 한·일 시민사회의 운동이 앞으로 점점 힘을 얻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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