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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집단적 자위권’과 싸우는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등록 2016-04-29 15:35

우치다 마사토시.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우치다 마사토시.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아베 정권 ‘안보 관련법’ 위헌 여부 집단소송 시작
우치다 안보법제 위헌소송 모임 공동대표 인터뷰
“이 소송은 망각과의 싸움이다.”

일본 내 80%가 넘는 헌법 학자들로부터 ‘위헌’ 또는 ‘위헌의 의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베 정권의 ‘안보 관련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집단소송이 지난 26일 시작됐다. 2014년 7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결정이 이뤄진 지 1년10개월, 이에 근거한 구체적인 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지 7개월만이다. 이 소송을 이끌고 있는 우치다 마사토시(70) ‘안보법제 위헌소송 모임’ 공동대표는 “일본에선 (한국과 달리 헌법재판소가 없어) 위헌 소송을 내려면 국민이 입는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형식을 빌어야 해 소송 준비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일본의 전 법조계가 이 소송을 자신의 사회적 책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는 만큼, 재판소에서도 책임을 갖고 판단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4년 7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결정이 이뤄졌다. 이후 실제 소송이 시작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일본에선 어떤 법률이 위헌이라고 할 때, 이런 추상적인 위헌성에 대해 위헌 여부를 확인 받을 수 있는 사법적인 절차가 없다. 그래서 재판을 하려면 (시민들이 받는) 구체적인 피해를 내세워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돼 일본 안보정책의 근간이 변했다. ‘그래서 당신이 현재 어떤 손해를 보고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법률가 입장에서 소송을 준비하려면 구체적인 피해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소송을 벌이는데) 모두가 주저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헌법에 위반하는 법률이 생겼다는 것 뿐 아니라, 헌법 자체가 (하위인) 각의결정이라는 방법에 의해 변경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실제로 (일부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 점들에 대한 (법리적인) 연구를 거듭한 뒤 이번에 제소를 하게 됐다.”

-보수적인 일본 사법부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을까.

“이런 예가 있다. 2004년 후쿠오카 지방재판소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놓는다. 물론 구체적인 손해배상에 대해선 기각을 했다. 그러다 가메카와 기요나가 당시 재판장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면 (법원이) 그 이상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고들은 손해배상금을 위해 재판을 하는 게 아니다. 재판소가 위헌성에 대해 판단을 회피하면 이후도 같은 행위가 거듭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당 재판소는 위헌성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스스로의 책무로 생각한다’며 총리의 신사 참배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나는 재판소가 판단 이유에 ‘여기서 판단하지 않으면 위헌 상태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걸 매우 높게 평가한다. 일본 법조계 내부엔 이번 안보법제가 ‘이상한 것’이라는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모든 법조계가 법조인의 책무로 재판을 일으킨다. 재판소도 책임을 갖고 판단해 달라’는 게 우리 주장이다.”

-재판이 크게 두 덩어리로 구성이 돼 있던데.

“하나는 이 법률에 의한 자위대 출동을 중지해 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손해배상 판결이다.”

-이번 소송에 대한 시민 참여는.

“모임에서 일반 시민들의 응모를 받아 원고단을 모았다. 26일 소장을 접수한 1차 소송에는 500명 정도가 참석했다. 참가 의사를 밝힌 이들은 더 많지만, 원고로 재판에 참여하려면 위임장 등 서류 절차가 필요하다. 앞으로 6월에 2차로 원고단을 추가하고 3~4차로 계속 늘려갈 것이다. 참가 의사를 밝힌 이들은 1500명 정도 된다. 소송은 지방에서도 준비 중이다. 일단 도쿄와 이와키가 1차로 소송을 시작했고, 가나가와·사이타마·후쿠오카·히로시마·오사카 등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일본 언론들은 전국 10여곳에서 동시에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 예측)

-재판 전망은?

“이렇게 소송을 내봐야 최고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종래 여타 위헌 소송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최고재판소의 전직 장관(대법원장), 전직 대법관, 내각법제국 장관 등 여러 법률 전문가들이 이 법률에 대해선 ‘이상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90% 이상의 헌법 학자들이 ‘위헌’ 또는 ‘위헌의 의심’이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재판소가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재판소의 존재 의의가 없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재판에 전 재판관 전 검사 등 전 권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헌법과 관련한 (법적 정합성을 지켜온) 자신들의 프라이드가, 아베 정권에 의해 부정당했다는 분노가 있지 않나 싶다. 만약 안보 정책의 변경이 필요하다면, 논의를 해서 헌법을 개정한 뒤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슬금슬금(개헌없이 내각의 각의결정만으로 헌법의 근본적인 부분을 해석 개헌한 것) 일을 추진하는 게 문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충분히 답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 9월19일 정말로 법안이 가결됐는지도 애매한 상황이다.(자민당이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켜 가결 순간의 녹취록이 존재하지 않음) 이는 입헌주의의 파괴다.”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사회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가 중요하다. 만약 여론이 이 문제를 잊어버리고 만다면 소송의 운명도 밝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운동이 이 재판을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 역으로 이 재판으로 운동이 어떻게 힘을 얻을 수 있을지라는 상호 의존 관계에 있다. 히틀러가 ‘대중은 이해 능력은 낮지만, 망각 능력은 높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이 소송은 망각과의 싸움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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