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오른쪽) 영국 총리와 사디크 칸(왼쪽) 런던 시장이 30일 런던에서 ‘유럽 안에서 더 강해지는 영국’이라는 이름의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같이의 가치’를 아는 정치
일, 소비세율 증세 재연기 설득
아베, 아소 부총리 등 만나 설득
중의원 해산으로 맞서던 아소 물러서
영, 야당과 ‘브렉시트 반대’ 공동유세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야당인 칸 런던시장과 탈퇴반대 호소
일, 소비세율 증세 재연기 설득
아베, 아소 부총리 등 만나 설득
중의원 해산으로 맞서던 아소 물러서
영, 야당과 ‘브렉시트 반대’ 공동유세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야당인 칸 런던시장과 탈퇴반대 호소
소비세율 인상 재연기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 등으로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일본과 영국에서 정치권이 격론을 벌이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배경과 정치구조, 사안은 다르지만, 두 나라 정치권의 모습은 반목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0일 밤 소비세 증세 재연기라는 자신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힌 같은 자민당 소속인 아소 다로 부총리를 3시간에 걸쳐 만나 설득했다. 영국에서는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반대’라는 같은 목적을 놓고 야당인 노동당 소속 런던시장 사디크 칸과 손잡고 공동유세를 벌였다.
3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을 보면, 아베 총리는 30일 저녁 도쿄 시내 호텔에서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만나 소비세율 인상을 2년 반 더 연기하자고 설득했다. 아소 부총리는 전날인 29일 소비세 증세 재연기를 하려면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 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방침에 반기를 들었지만, 총리의 설득에 결국 중의원 해산 주장을 거둬들였다. 아소 부총리는 “최종 판단은 총리가 한다. (나는) 따르는 게 규칙이다”라고 물러섰다.
아소 부총리는 대표적인 재정 건전파로 2012년부터 재무상을 맡으며 소비세율 인상에 앞장서왔던 인물이다. 아베 내각은 현재 8%인 소비세율을 10%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자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소비세 증세 재연기를 통보했고, 그러자 아소 부총리가 총리와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아소 부총리를 만나기 전인 이날 오전 9시부터 소비세 증세 재연기를 위해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총무회장,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조회장,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과 하루 종일 한명 한명 차례로 만나 설득했다. 아소 부총리와 함께 중의원 해산까지 주장했던 다니가키 간사장과는 28일에 이어 두번째 회담이었다.
야당인 민진당, 사민당, 공산당, 생활의당은 소비세율 인상 재연기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뜻한다며 내각불신임안을 31일 제출하는 등 강경한 자세다. 그러나 수적으로 다수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내각불신임안을 부결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지난 18일 야당인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 등과 45분에 걸쳐 일대일로 정례 대표 토론을 벌일 때도 소비세율 인상을 놓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6월23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야당인 노동당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30일(현지시각) 런던에서 공동 캠페인을 펼쳤다. 캐머런 총리는 “칸 시장은 버스운전사의 아들”이라며 “자랑스러운 무슬림이자 영국인이며 런던시민”이라고 추어올렸다. 캐머런 총리는 “아직 부숴야 할 유리천장과 차별이 있지만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이 자리를 칸 시장과 함께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런던시장 선거 때 칸 후보에 대해 “노동당 후보가 우려스럽다”며 칸 후보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연계된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했지만, 이제는 칸 시장의 당선을 영국의 개방성이 거둔 성과로 연결하며 브렉시트 반대를 호소하고 있다. 칸 시장은 “총리와 나는 의견이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런던시장으로 정부와 함께 할 일이 있으면 우리는 함께 일할 것이다”라고 캐머런 총리의 말에 화답했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반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보수당 내부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을 주장하는 이도 상당히 많다. 노동당은 브렉시트에 반대하지만, 대표인 제러미 코빈은 캐머런과의 공동 유세는 꺼리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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