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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북한 총참모장 리영호는 왜 숙청됐을까?

등록 2016-06-09 10:50수정 2016-06-09 10:58

일본 1만2000쪽 북한 기밀문서 공개
김정은 위원장의 군부 장악 과정 엿볼 수 있어
리영호 총참모장. 연합뉴스
리영호 총참모장. 연합뉴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친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을 무렵 북한 군 내부의 동향을 엿볼 수 있는 1만2000쪽 분량의 비밀 자료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이어받기 위해 군의 조직을 어떻게 장악해 갔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엔에이치케이>가 지난 5일 방송한 특집 다큐 프로그램 ‘엔에이치케이 스페셜-북한의 기밀 파일,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내막’을 보면, 취재진은 2014년 3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군 산하 무역회사 간부”로부터 1만2000장 분량의 군 내부 기밀문서가 담긴 유에스비(USB)를 300만엔에 구입한다. 취재팀은 이후 이 자료를 일본 내 북한 전문가인 사카이 다카이 전 공안조사청 조사부 제2부장, 40여년에 걸쳐 북한 연구를 이어온 스즈키 마사유키 소비학원대학 교수, 주한미군의 전직 정보 장교로 일했던 로저 카바조스 등에게 분석 작업을 맡겨 2년 만에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북의 권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그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이양되는 2010년에서 2013년 7월까지 북한 권력의 중추인 총정치국장 산하의 조직부가 관리한 자료들로 추정된다.

방송이 공개한 문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2011년 무렵 북한군 내부의 군기가 상당한 정도로 저하돼 있다는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실제 평양의 남서쪽에 위치한 주요 도시인 남포에 배치돼 수도 평양을 방위하는 ‘제3군단 봉화산 235군’과 관련된 자료를 보면, “지난 시기 290연대 전 작전참모가 120여일이나 출처 없이 떠돌아다닌 것을 비롯하여 11명의 군관들이 부대를 탈영하여 장사, 식량구입 심지어 마약범죄까지 저질렀으며 군인들 속에서도 병 치료, 약 구입, 가정고민 등으로 4명의 탈영자가 발생했다”는 기술이 등장한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문서에는 북한군 내의 식량이 부족해 일부 군인이 쌀을 빼앗으려고 주민을 쏘아 죽이는 등 상식으로 생각하기 힘든 군기 위반 사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군의 군기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식량 부족’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군의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한편 ‘콩 농사’와 ‘염소 사육’ 등을 강조한다. 또 문서에는 “이대로라면 신변안전 사업의 믿음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기술이 등장하는 등 북한 수뇌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보호에도 불안함을 느꼈음을 엿보게 하는 기술 등도 나온다.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대처는 강한 조직 장악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나에게 들릴 수 있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1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군 간부들에 대한 신상 자료를 철저히 관리했다. 이날 방송이 공개한 이 신상자료를 보면, 한 간부에 대해 “하급들을 쩍하면 구타. 말이 거칠고 선입감이 많고 개인감정이 농후하다” 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불만을 가진 군 간부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숙청 작업을 이어가며 조직 장악력을 높여 간다.

가장 상징적인 작업은 리영호 총참모장(조선인민군 차수)의 숙청과 관련된 기술이다. 방송은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던 리 총참모장이 2012년 7월께 “김정은 위원장의 허가 없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군부대를 마음대로 움직였다”는 이유로 숙청됐다고 지적했다.

<엔에이치케이> 방송의 관련 화면 갈무리
<엔에이치케이> 방송의 관련 화면 갈무리
실제 방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어느 한 부대일꾼들은 반당 반혁명자 ‘리영호놈’의 직권에 눌리어 그놈이 내리먹이는 요구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사상과 의도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유부단하고 맹종맹동하게 처신해 인민군대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하였다”, “인민군대는 머리 위에서 벼락이 떨어지고 발밑에서 폭탄이 터져도 최고사령관이 결론하기 전에는 자기 위치를 이탈할 권리가 없다”는 내용 등을 공개했다. 또, 김정은 정권이 잇따라 시도하는 로켓 발사에 대해 군 내부에서 “인공위성이나 자꾸 발사해서 뭐 하는가, 빨리 인민 생활문제나” 해결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은 최종적으로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병진정책’ 등에 대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이끌려는 ‘협상 카드’일 뿐 아니라 국내 여론 단속용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서에 “핵 위력이 강화되고, 모든 군인의 사상 교육이 강화될수록 모든 이들이 강한 긴장상태를 유지해 조국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등의 구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엔에이치케이> 방송은 북한 군 내부의 움직임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 같은 자료가 공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이번 자료 공개의 의미를 설명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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