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헌파(무소속 포함)가 참의원 선거 결과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를 굳혔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10일 도쿄의 자민당사에서 아베 신조(가운데) 총리가 당선된 후보 이름에 장미 송이를 놓는 모습.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등 개헌 세력이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일본의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평화헌법’을 바꾸는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실제로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미-중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등 일본 안팎의 거센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참의원 전체 242석의 절반인 121석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117석(96.7%)이 개표된 11일 새벽 1시50분 현재 자민·공명·오사카유신회·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개헌파 4개 정당이 합계 75석을 확보하며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는 의석(84석)을 포함해 159석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개헌을 지지하는 무소속 의원 4명을 더하면 개헌파의 참의원 의석수는 163석으로 개헌안 발의 정족수(전체 의원의 3분의 2인 162석)를 넘기게 됐다. 연립여당은 중의원에선 지난 2014년 12월 선거에서 압승해 이미 3분의 2 이상(317석)인 325석을 확보 중이다.
일본 야권은 자민당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안보 관련법 폐지, 입헌주의의 회복 등의 구호를 내걸고 32개의 1인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개헌선 저지에 실패했다.
아베 정권이 개헌 정족수를 확보하게 되면서 언제 개헌을 시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 티브이(TV)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선 현행 헌법의 특정 조항에 대한 개헌을 놓고 ‘그렇다, 아니다’를 말하는 건 너무 이르며 의미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나의 자민당 대표 임기가 아직 2년이 더 남아 있다”며 “개헌은 자민당의 목표인 만큼 이것을 조용히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이것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도록 추진해가겠다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필생의 염원인 개헌이 가능한 절호의 기회를 잡은 만큼 아베노믹스 등 경제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며 향후 여론의 동향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개헌을 하려면 먼저 국회 내에 헌법심사회를 출범시켜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 이후 중·참 양 의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개헌안이 발의되면 60~180일 사이에 국민투표를 하고 여기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개헌이 확정된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개헌에 동의하는지는 불투명하다. <아사히신문>의 지난 4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은 35%였고, “그렇지 않다”는 44%였다. 또 현재 개헌 논의가 심화됐냐는 질문에는 20%만 “그렇다”고 답했을 뿐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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