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엔진의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진은 고정된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고 있는 로켓엔진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일본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 외딴섬 매립을 왜 그렇게 반대하는 것일까.’
일본 주변의 안보 현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와 향후 대응 방안을 정리한 2016년판 <방위백서>가 공개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각의(국무회의)를 개최해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보고한 <방위백서> 내용을 각의결정하고 이를 공개했다.
한국 입장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일본 정부의 평가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 상황에 대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북한이 매우 폐쇄적인 제체이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은 불분명한 점이 많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전체적인 평가는 2015년판의 내용과 크게 다음이 없었지만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첫째는 무수단 등 북한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IBRM)에 대한 평가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방위백서>에서 “지난 6월 북한 동해안 원산 부근에서 발사된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 1000㎞를 넘는 고도(실제로는 1413.6㎞)에 달했다. 이 때 발사 방법은 높은 각도로 발사해 통상의 궤도에 견줘 고고도까지 쏘는 반면 짧은 거리를 비상하는 이른바 ‘고각발사(lofted) 궤도’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같은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탄도 미사일이 통상의 궤도로 발사됐다면 그 사정거리는 지금까지 무수단에 대해 지적돼 온 약 2500㎞~4000㎞ 정도의 사정거리 방위와 합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6월 발사를 통해 중거리 미사일(IRBM)에 대해 일정의 능력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의 영토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공식 견해로 인정한 셈이다.
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선 “지난 2월7일 동창리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이 “본래 탄도미사일의 용도로 사용될 경우 그 사정거리는 탄두의 중량을 1t 이하로 가정할 경우 약 1만㎞ 이상에 달하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둘째로 남중국해에서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인공섬 매립 등에 대해 일본이 매우 심각한 전략적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백서에는 그동안 중국이 보여온 해양을 둘러싼 이해가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 “기존의 국제법 질서와 맞지 않는 독자적인 주장에 근거해 힘을 배경으로 한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고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올해는 이에 더해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행동도 관찰된다”, “매우 강한 우려를 갖게 한다”는 표현을 집어 넣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2014년부터 급속히 추진해 온 남중국해 외딴섬에 대한 매립·군사 기지화 작업에 대한 일본의 깊은 우려였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중국의 전력투사 능력을 향상시키고, 항공전력의 우세 가능성을 용이하게 한다. 나아가선 (미국의 동아시아 접근을 막는 중국의 전략 구상인) A2/AD(접근금지/영역거부)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미스치프 환초(Mischief Reef)까지 활주로 건설이 진행 중인데, 이것이 완성되면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항공 프레즌스가 한층 확장되고, 장래적으로는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이 설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미사일방어(MD)에 대한 기술도 있었다. 일본은 한국과 2003년 12월 미국이 주도하는 엠디 체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뒤 현재 ‘중간 단계’에선 이지스함에 장착한 SM-3, ‘종말 단계’에선 패트리엇(PAC)-3에 의한 이중 방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장비면에서 (현재 실전배치 중인 SM-3의 개량형인) SM-3블록2A의 일-미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을 뿐 한국과 달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편, 한국에서 관심이 높은 독도 관련 기술은 “우리나라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나 다케시마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로 지난해와 변함이 없었다. 일본 <방위백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이 담긴 것은 2005년 이후 12년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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