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이 해병대와 해군의 최첨단 항공 전력을 중국·북한과 가까운 일본 서부 지역으로 집중시키는 재편 작업을 내년께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 작업이 끝나면 야마구치현에 자리한 미 해병대의 이와쿠니 기지는 일본 본토에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전초기지로 거듭나게 된다.
일본 언론들은 23일 다케이 혣스케 외무성 정무관, 미야자와 히로유키 방위성 정무관 등이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서 후쿠다 요시히코 이와쿠니 시장에게 내년 1월부터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주일미군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할 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라 내년 1월 10기, 8월에 추가로 6기의 F-35B가 이와쿠니에 배치된다. 이 기종은 일반 공군용 F-35A, 함재기용 F-35C와 달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뿐 아니다. 미·일 양국은 그동안 진행해 온 주일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현재 미 제7함대의 모항인 요코스카에 배치된 항모 ‘로널드 레이건’ 등에서 운용하는 함재기 59기(FA-18 호넷과 슈퍼호넷 등)를 가나가와현 아쓰키 기지에서 이와쿠니로 이전한다. 그동안 요코스카에서 가까운 아쓰키 기지를 함재기의 정비와 훈련을 위한 육상기지로 활용해 왔지만, 거점을 중국·북한 등과 가까운 일본 서부 지역으로 옮기게 되는 셈이다. 이에 앞서 주일미군은 2014년 8월에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던 항공급유기 KC-130 15기를 이와쿠니로 옮긴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북핵, 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해양 진출에 맞서야 하는 미-일 동맹이 선택할 수 있는 자연스런 결정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처음 “환영” 입장을 밝힌 2013년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회의)에서 당시 개발도 끝나지 않은 F-35B를 “2017년 미국 외엔 처음으로 일본에 전방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도 이와쿠니엔 미 해병대의 FA-18 호넷과 AV-8 해리어 등이 배치돼 있다. 1월부터 배치되는 F-35B는 이들 기종을 대체할 예정이다.
F-35B의 이와쿠니 배치는 미-일 동맹과 중국의 격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에 복합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F-35B는 높은 스텔스 성능을 가진데다 행동반경이 1000㎞가 넘는다. 또 기체에 사거리가 370㎞에 이르는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JASSM·재즘)을 탑재할 수도 있다. 이와쿠니에서 발진한 F-35B가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기지를 원점 타격할 능력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F-35B는 유사시 이즈모 등 일본 경항모에 이착함해 탄약 제공과 급유를 받을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대한 이 같은 후방지원이 가능하도록 지난해 9월 안보 관련법을 개정한 바 있다.
F-35B는 중국 견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 전투기를 운용하게 되는 미 해병대의 강습함은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주둔해 있다. 미 해병대의 강습함이 F-35B를 실은 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너른 영역을 감시하며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와쿠니엔 KC-130 공중급유기가 15대나 배치돼 있어 F―35B의 활동 범위는 비약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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