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구조적 장기불황에 맞서 일본 선사들 자발적 통합 실험
일본우선 등 일본 대형 3개사 컨테이너 부문 통합하기로
3개사 합쳐 세계 6위권 업체로 몸집 불려, 2018년 4월 서비스 시작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 반드시 살아남을 것”
일본우선 등 일본 대형 3개사 컨테이너 부문 통합하기로
3개사 합쳐 세계 6위권 업체로 몸집 불려, 2018년 4월 서비스 시작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 반드시 살아남을 것”
해운업계의 장기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일본의 대형 선사들이 “뭉치면 산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의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파국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일본의 3대 해운업체인 일본우선,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은 지난 31일 도쿄 지요다구 게이단렌(경단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사의 컨테이너선 사업을 통합해 3개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통합 합병법인을 내년 7월 출범시켜 2018년 4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케다 준이치로 상선미쓰이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무역을 떠받치는 근간이자, 인프라(해운업은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라는 의미)로서 사명에 응답하는 게 매우 힘겨운 상황이다. 강한 근육질을 갖춘 ‘올 재팬’의 컨테이너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새로 만들어지는 법인의 출자금은 약 3000억엔(약 3조2600억원)으로 출자 비율은 선두 업체인 일본우선이 38%, 상선미쓰이와 가와사키기선이 각각 31%를 부담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법인은 선박수나 화물적재량 기준으로 세계 6위(시장 점유율 7%)의 대형 업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실제 3개 선사의 9월 현재 컨테이너 부문의 운항 척수는 256척, 운송능력은 138만TEU(20피트 규격 컨테이너)에 달한다. 3개사는 이번 통합으로 연간 1100억엔의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이고 주요 간선 노선인 북미~아시아~유럽 노선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일본의 3대 해운업체가 통합 결단을 내린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의 해운업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우선이 올해(2016년 3월~2017년 3월) 2450억엔, 가와사키기선이 940억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부진과 과잉투자로 운임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4~6월에 견줘 현재 북미 노선의 운임은 30%, 유럽 노선의 운임은 50% 정도 폭락했다. 무라카미 에조 일본우선 사장은 해운업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통합을 통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3대 상선회사들이 뭉친 ‘히노마루(일본국기) 연합’이 외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승리해 살아남을지는 불투명”(<요미우리신문>) 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이번 통합이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세계의 해운업계는 이미 거친 구조조정 단계에 돌입했다. 세계 주요 선사들은 이미 내년 4월까지 세계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덴마크)을 중심으로 한 ‘2M’, 대만·중국 업체 등이 중심이 된 ‘오션 얼라이언스’, 5위 업체 하파글로이드(독일)을 중심으로 한 ‘더 얼라이언스’ 등 3개 연합으로 재편이 확정됐다. 개별 업체별로는 중국이 국가 주도로 자국의 양대 선사인 중국원양운송집단과 중국해운집단을 합병했고, 한국의 한진해운은 사실상 파산에 이르렀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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