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도쿄에서 주일 특파원들과 만나 김종 전 차관의 올림픽 불참 압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박태환은 이날 담담한 어투로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등 재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너무 높으신 분이라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마린 보이’ 박태환(27)이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주일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이) 기업 후원이나 대학 교수 관련된 얘길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올림픽에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무게, 책임, 무거움을 많이 느끼긴 했지만, 그런 것보다 제가 선수로서 출전할 수 있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박태환 쪽은 이에 앞서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25일 박태환 소속사 관계자,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쪽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면서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수 있어”라며 박태환을 회유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박태환은 이어 지난 리우 올림픽 때의 부진에 대해선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면서도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전세계에서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레이스에만 집중하는 자리다.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나는) 여러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게 굉장히 많았다.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지난 17~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박태환은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당장은 내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여건이 갖춰지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고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말을 맺었다. 이하 상세 일문일답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다음은 박태환 선수와의 일문일답
-먼저 이번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일단 이번 경기를 잘 마무리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사실 많은 기자분들 앞에 서는 게 부담감이 있었다. 시상식에서 오랫만에 애국가도 울리고 금메달도 따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사실 이번 대회는 훈련 겸 출전을 하게 됐다. 훈련의 일환으로 레이스를 하게 됐는데 기록이 잘 나와서 너무 좋았다. 오랫만에 애국가를 울리게 되어 그에 대한 느낌이 매우 컸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지난 5월25일 김종 전 차관과 만남에 대해 묻겠다. 당시 어떤 얘기가 있었나.
“제가 말씀 드리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 그 당시 저는 긴장이 많이 되어 있었다.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약물 사용과 그로 인한 징계 등) 저한테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저는 당시 올림픽 출전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컸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만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어떻게든 제가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올림픽에) 뛰고 싶은 생각은 어떤 선수든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림픽에 나가지 말라는 김종 차관의 압력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나.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제가 당시) 긴장도 되어 있었고, 제가 뭔가 얘기를 나누기엔 너무 높으신 분이니까. 저는 사실 (김 전 차관이) 많은 말씀들을 했는데, 무섭기도 했고 선수로서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나 책임에 대해 아무래도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제가 선수로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 생각 외엔 많이 안했던 것 같다. 그때 워낙 긴장이 많이 되어 있어서 어떤 얘기가 오갔다기보다, 저는 듣고만 있었다.”
-당시 압력이 리우 올림픽 경기력에 영향을 줬나?
“선수로선 사실 올림픽이란 무대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선수가 레이스에만 집중해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한다. 제가 선수로서 안 좋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일(김 전 차관의 압력)도 있었고 여러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좀 정신적으로 자리를 딱 잡지 못했다는 생각을 뒤늦지만 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리우 올림픽 레이스에 대한 부분은 그런 부분(김 전 차관의 압력)으로 인해 내가 못했다고 뭔가 핑계를 대거나 변병하고 싶진 않다. 레이스를 잘 못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제 레이스를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이 멋진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에 대해서 아쉽고 선수로서 죄송한 마음이 있다.”
-교수직이나 광고 제안 등에 흔들림은 없었나?
“그런 흔들림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올림픽에 안 갔을 것이다. 그 자리 전부터 선발전에 대한 목표도 컸었고, 그 이후에 저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 좀 더 연습을 잘 하고 좀 더 집중하면 선발전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올림픽에 나가게 되면 메달은 모르지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지 않나는 기대가 커서 기업 후원이나 교수 자리보다 ‘올림픽을 정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만남 말고 올림픽에 나가지 말라는 다른 압박을 받은 적이 있나.
“없다.”(그때가 유일했다)
-문체부 차관이 직접 선수를 만난다는 게 이례적인 일인데.
“자세한 애기가 어떻게 오갔는지는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 너무나 긴장을 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이상 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15일 뒤에 또 경기가 있다. 저는 사실 이런 부분이 공개가 되고, 김종 차관이 (제 발언으로 인해) 뭔가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이 저로서는 부담이 많이 되다. 선수로서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이해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