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도쿄 고토구 아리아케방재공원에서 시민들이 평화헌법 수호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주최 쪽은 이날 참석자가 5만5000여명으로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전쟁법안 반대!” “헌법을 지키자!”
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평화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아 도쿄 고토구 아리아케방재공원에서 평화헌법 수호를 위해 시민 5만50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 ‘전쟁법을 허용하지 말자’ 등이 쓰인 깃발을 들고 평화헌법 수호를 외쳤다.
‘5·3 헌법집회’로 불리는 이 집회는 수십년 동안 해마다 열려왔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 인원이 모였다. 최근 아베 신조 정권이 헌법 개정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집회 규모가 점점 커진 것은 최근 3년간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야당과 시민운동 단체들이 성향에 따라 각각 따로 집회를 열었지만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추진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2015년부터 호헌 세력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시민 5만여명이 참가했다. 집회 장소를 도쿄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아리아케방재공원으로 정한 이유도 도쿄 도심에는 5만명 이상이 함께 모일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도쿄 고토구 아리아케방재공원에서 시민들이 평화헌법 수호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주최 쪽은 이날 참석자가 5만5000여명으로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일장기를 하트 모양으로 변형한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 도모미 간나리(52)는 “이 깃발은 평화를 염원하는 뜻으로 들고나왔다”며 “정부가 헌법 개정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나라도 군대를 갖고 있으니 일본도 군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반대한다. 일본이 독자노선으로라도 평화를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왔다는 도모미는 “집회에 참가하는 게 이번이 세번째”라며 “헌법 개정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2살 딸을 안고 집회에 참석한 나카야마(38)는 “지난해부터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며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하면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스러워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최근 한반도 긴장 상태를 개헌에 이용하려는 아베 정권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카다 겐(72) ‘허용하지마 헌법개악·시민연락회’ 사무국장은 단상에 올라 “아베 정권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이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아베 정권은 폭주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참석자 중에는 “미·일·남북한 인민이 힘을 합쳐 한반도 전쟁을 저지하자”고 쓴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는 이들도 보였다.
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도쿄 고토구 아리아케방재공원에서 시민들이 평화헌법 수호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주최 쪽은 이날 참석자가 5만5000여명으로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아베 정권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범죄를 실행하지 않고 공모한 혐의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공모죄’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공모죄를 통해 시민들의 비판 의견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아리아케방재공원 인근의 도요스와 오다이바 양방향으로 시가행진을 하면서 평화헌법 지키기를 염원하는 이날 시위를 마무리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