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하나마항구에서 어업협동조합이 시험조업으로 잡은 생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지 측정하기 위해서 생선을 해체하고 있다.
“바다는 변한 게 없어요. 조업을 제대로 못하니 물고기는 오히려 서너 배 늘었어요. 팔리지 않는 게 문제지요.”
9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 항구에서 만난 이와키시어업협동조합 하가 후미오(65) 이사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뒤 어부들의 삶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후쿠시마현은 예전부터 농산물과 수산물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이곳 어부들은 원전 사고 전에는 인기 어종인 가자미와 고급 어종으로 꼽히는 넙치와 문어 등을 잡았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고기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어부들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2t과 6t짜리 어선 2척을 갖고 있는 어업협동조합 부조합장인 마노메 유이치(54)는 지진 전에는 하루에 많을 때는 30만~40만엔(약 300만~400만원)어치의 물고기를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방사능 누출 사고로 근해가 오염된 뒤, 이와키시 어부들은 2014년부터 겨우 시험조업만 하고 있다. 시험조업이란 잡힌 물고기중 일부를 샘플로 추출해 방사능 오염도를 검사하고, 안전하다고 확인한 어종에 대해서만 소규모 조업과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1㎏당 100베크렐(원자핵 하나가 1초 동안 붕괴해 방출하는 방사능 양)이 넘는 세슘이 검출되면 출하가 금지된다. 현재도 불볼락과 개볼락 등 11개 어종은 일본 정부가 출하를 제한하고 있다. 어부들은 현재 원전 사고 이전 수입의 80% 정도를 주는 도쿄전력 배상금을 주수입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마노메는 말했다.
후쿠시마현 수산시험장 어종환경부장인 네모토 요시하루는 “현재는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바다 배출을 막기 위해 동토벽과 차수벽을 설치했지만, 방사능 누출 사고 당시 1주일 동안은 원전 암벽 균열 부분에서 940조베크렐이라는 어머어마한 양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2011년 까나리의 경우에는 1㎏당 1만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될 정도였다. 네모토 부장은 “지금은 오염수 양이 줄고 물고기 세대 교체로 세슘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며 “요오드는 반감기가 짧아서 지금은 검사하지 않고 있으며 스트론튬은 후쿠시마현이 아닌 정부에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 항구에서 이와키시 어업협동조합 이사인 하가 후미오가 항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해 2월 일본 소비자청 설문조사에선 후쿠시마산 식품 구입을 망설인다는 소비자가 15.7%였다. 어부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와키시 어업협동조합 이사 하가 후미오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현재도 (정상)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노메는 지진 당시 바다에 나가 있어서 지진이 발생한 줄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쓰나미로 엉망이 된 상태였고 도로가 망가져 집까지 걸어서 갔다고 했다. “쓰나미 이후에는 솔직히 30여년 동안 계속해온 어부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시험조업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잡아도 별로 소용없는 짓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두 어부는 후쿠시마 원전으로 인한 여파가 얼마나 갈 것 같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더니 “후쿠시마원전이 있는 한 이 문제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후쿠시마/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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