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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핵폐기 운동에 일생 바친 ‘피폭 소년 우체부’ 다니구치 사망

등록 2017-08-30 21:17수정 2017-08-30 21:27

나가사키에서 16살에 피폭
끔찍한 화상 입은 자신의 사진들고 핵 공포 증언
“핵무기는 인간 구할 수 없어, 핵우산은 환상”
2015년 6월 다니구치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자신의 사진을 들고 인터뷰하고 있다. 나가사키/AP 연합
2015년 6월 다니구치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자신의 사진을 들고 인터뷰하고 있다. 나가사키/AP 연합
1945년 8월9일 미군이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 16살의 우체부 다니구치 스미테루는 우편배달을 하러 자전거를 타고 폭심지에서 1.8㎞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무지개 같은 섬광이 번쩍인 것을 본 뒤, 몸이 강력한 폭발에 날아가 땅 위로 떨어졌다.” 피폭을 당한 소년의 등과 왼쪽 팔의 살점이 녹아내려 시뻘건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상처가 너무 심해 그는 1년9개월 동안 눕지 못하고 엎드린 채로 지내야 했다. 3년7개월이 흐른 뒤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그의 끔찍한 모습을 찍은 사진은 피폭의 참상을 증언하는 상징이 됐다.

피폭의 고통을 딛고 핵폐기 운동에 일생을 바친 다니구치 스미테루가 30일 암으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

다니구치는 자신의 사진을 들고 전세계를 돌며 핵무기의 위험을 일깨웠다. 2015년 나가사키에서 인터뷰를 하며 그는 이렇게 원폭의 풍경을 증언했다. “깨어났을 때,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왼쪽 팔의 피부가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등을 만져보니 옷은 없어졌고 끈적끈적하게 타버린 피부가 손 전체에 묻어났다.” “검게 타버린 주검들, 무너진 건물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목소리, 살이 벗겨지고 내장이 쏟아져나온 사람들. 온통 불바다였다. 그것은 지옥이었다.” 1945년 8월 미군의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14만, 나가사키에서 7만4천명이 숨졌다. 다니구치의 증언은 숫자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희생자들의 엄청난 고통을 전달했다.

1955년 만들어진 나가사키원폭청년회 등에 참가했고, 2010년에는 일본피폭단체협의회 대표를 맡았다. 피폭 70년이던 2015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 피폭자 대표로 참가해 “핵무기는 인간과 공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같은 해 8월 나가사키 평화기념식전에는 피폭자 대표로 ‘평화에 대한 맹세’를 읽었다.

2015년 6월 인터뷰에서 다니구치가 70년이 흐른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피폭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나가사키/AP 연합
2015년 6월 인터뷰에서 다니구치가 70년이 흐른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피폭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나가사키/AP 연합
2003년 인터뷰에선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잃는 것이 두렵다. 젊은 세대가 핵무기는 결코 인간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핵우산이 우리를 보호할 거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라고 했다.

지난 7월 유엔총회에서 핵확산금지조약을 대체할 ‘유엔 핵무기금지협약’이 채택됐을 때,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각국이 핵무기를 없애려 노력하지 않으면 조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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