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도쿄 중의원에서 중의원 해산 선언이 낭독되자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이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섰다. 자유주의 계열 제1야당이 사라지면서, 일본 정치는 양대 보수 정당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는 중의원 해산일인 28일, 다음달 22일 조기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신당 ‘희망의 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합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흡수되는 형식이다. 마에하라 대표는 이날 상임간사회의에서 △민진당 이름으로 한 공천 내정 취소 △민진당 출마 후보자는 ‘희망의 당’에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간주하고, ‘희망의 당’과의 협의는 마에하라 대표에게 일임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희망의 당’을 전력으로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의원총회에서 승인받았다. 마에하라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상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허명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다”고 했다. 또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아베 정권을 멈추게 해야만 한다. 당의 현상을 생각해볼 때, 다시 한번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나온 제안이다”라고 말했다. 민진당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교도통신>은 사실상의 당 해체라고 전했다.
민진당이 당을 사실상 해체하는 형식으로 신당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야권은 2003년 민주당이 자유당과 합당한 이후 가장 근본적인 지각변동을 겪게 됐다. 하지만 이번 재편은 일본 정치를 보수 여당과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이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라, 보수 여당과 또다른 보수 야당이 경쟁하는 구도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이 합류하는 ‘희망의 당’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고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극우 성향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대표로 있는 당이다. 고이케 지사는 민진당 후보를 모두 받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제에 찬성하지 않으면 받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극히 현실적인 안전보장 정책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보겠다). (옛 사회당 계열은) 처음부터 안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진당 내 자유주의 계열 당원들은 ‘희망의 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고 따로 신당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일부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이전까지 민진당과 선거 연대를 했던 공산당·사민당과의 연대도 추진하고 있다.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은 “‘희망의 당’은 연대 대상이 아니다. 마에하라 대표의 신당 합류 제안은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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