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카피바라가 온천을 즐기는 모습을 조금 일찍부터 감상할 수 있다. 일본 기타큐슈의 테마파크인 ’스페이스 월드’(スペ?スワ?ルド)는 7일부터 설치류 동물 카피바라의 노천 온천 이벤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테마파크가 올해 말인 12월 31일 폐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스페이스 월드 쪽은 지난해의 경우 11월 26일부터 이 이벤트를 시작했지만 “올해로 마지막이라 길게 즐기고 싶어서” 이벤트 일정을 조금 앞당겼다고 밝혔다.
나가사키 바이오파크에서 목욕을 즐기고 있는 카피바라 가족들. 사진 유튜브(fuafuacapybara) 영상 갈무리.
카피바라의 겨울 목욕은 유서 깊은 연중행사다. 성격이 온순하고 사교성이 좋은 카피바라의 고향은 남미 아마존의 따뜻한 지역. 아시아의 동물원에 있는 카피바라들은 이런 이유로 겨울이면 찬물에 들어갈 수 없어 씻지도 못하고 지내곤 했다고 한다. 발에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잘 치고 물에 들어가 놀기를 좋아하는 카피바라로서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카피바라 온천욕의 원조임을 자처하는 이즈 샤보텐 동물원의 설명을 보면, 1982년 겨울의 어느 날 카피바라 전시장을 청소하던 한 사육사가 작은 물웅덩이에 카피바라들이 모여 손발이나 엉덩이를 대고 기분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육사의 머리에 기발한 생각이 스쳤다. “추워서 그 좋아하는 물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따뜻한 물이라면 들어갈지도 모른다.”
이즈 샤보텐 공원은 누리집에 “이후 카피바라의 겨울 온천욕은 불가피한 행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현재 일본의 여러 동물원이 나름대로 겨울 온천욕 이벤트를 열고 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지그시 눈을 감은 카피바라의 모습을 영상으로라도 감상해 보자.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