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일본방송협회의 홍백가합전에서 공연 도중 스즈모토 미유가 쓰러지는 장면. 사진 일본방송협회 갈무리.
일본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생방송 무대에서 쓰러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되면서 아이돌들의 혹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일본방송협회(NHK)가 방송한 제68회 홍백가합전 무대에서 노래 ‘불협화음’을 부르던 그룹 ‘케야키자카 46’의 멤버 3명, 시다 마나카(志田愛佳, 19), 스즈모토 미유(鈴本美愉, 20), 히라테 유리나(平手友梨奈, 16)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특히 이 가운데 스즈모토 미유가 무대 위에서 실신해 동료의 부축을 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들은 현장에 있던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위험한 상황을 넘겼다.
당시의 영상에는 공연 막바지에 삼각 대형을 이루는 장면에서 왼쪽 중간 열에 서 있던 스즈모토 미유가 실신하자 뒤에 있던 동료가 이를 붙잡아 부축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같은 장면에서 가장 앞 중앙에 있던 히라테 유리나는 손이 심하게 떨려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공연이 끝난 후 히라테 유리나와 시다 마나카 역시 함께 과호흡 증상을 보이며 쓰러진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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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세 명 모두 곧 회복되어 병원에는 이송되지 않았다. NHK 측은 “가벼운 과호흡 상태였다”라며 “대기 중이던 간호사가 보살폈으며, 별문제 없었다.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월 1일 케야키자카 46의 공식 트위터에는 과호흡 증상을 보였던 3명을 포함한 멤버 전원이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은 홍백가합전을 끝낸 멤버들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팬들은 일단 “3명이 무사한 사진을 올려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는 원성을 내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활동을 중단해도 좋으니 쉬게 해줘라”, “아무리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어른의 사정 때문에 쓰러질 때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라”라는 내용의 비판을 하고 있다.
한창 성장기인 아이돌 그룹의 무리한 스케줄로 인해 멤버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은 한국에서도 있었다. 과거 여성 그룹 ‘걸스데이’의 혜리와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 등이 무대 위에서 쓰려져 소속사의 무리한 스케줄과 과도한 체중 관리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박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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