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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7년…태우고 묻어도 끝없는 방사능 폐기물의 산

등록 2018-03-08 14:42수정 2018-03-08 16:15

후쿠시마원전 사고 7년 ‘피난해제 지역’을 가다
원전 반경 20㎞ 도미오카역 바로 앞에 소각로 우뚝
제염 과정 나오는 막대한 양 쓰레기 줄이려 곳곳 건설
정부는 안전하다지만 지역민들 불안…일부 재활용 방침
6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에 있는 가설소각로에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6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에 있는 가설소각로에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역에 내리니 푸른 바다와 함께 굴뚝이 솟은 흰색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방사능 오염 수치가 ㎏당 8000㏃(베크렐) 이상인 ‘지정폐기물’을 태우는 소각 시설이다. 건물 옆에는 방사능 폐기물을 쌓아둔 적치장과 이를 운반하는 지게차와 크레인이 늘어서 있었다.

도미오카 지역은 소각로뿐 아니라 방사능 폐기물을 매립하는 특정폐기물매립 최종처분장이 들어서 후쿠시마원전 폐로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원전 반경 20㎞ 안에 있는 지역으로 7년 전 후쿠시마원전 사고 뒤 피난 지시 구역에 속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로 피난 지시 구역을 해제하면서 해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마을 일부 지역은 지금도 ‘귀환 곤란 구역’으로 남아 있다.

이곳 소각로는 방사능 누출 사고 뒤 7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난제인 방사능 제염(오염 물질 제거) 문제를 보여주는 곳이다. 도미오카 소각로의 하루 처리 능력은 500t으로, 총 22만5000t의 폐기물을 처리할 예정이다. 목표를 채우면 해체할 ‘가설소각시설’이다. 도미오카 인근 후타바군 나라하의 소각로 앞에 가보니, 마침 방사능 오염 물질을 태우는 중인 듯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후쿠시마현에는 이렇게 가동 중인 가설소각시설이 여러 곳이다.

6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나라하에 있는 소각시설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6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나라하에 있는 소각시설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곳곳에 들어선 방사능 오염 물질 폐기물 소각 시설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방사능 쓰레기 소각에 대해 생각하는 후쿠시마 연락회(연락회)’라는 시민단체를 만든 와다 나카코는 도미오카 소각로를 가리키며 “연기로 나오는 미세한 입자를 사람이 들이켜 내부 피폭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소각로가 사고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와다는 집에서 2㎞밖에 떨어지지 않은 사메가와무라 소각로(현재는 해체됨)에서 2013년 폭발 사고가 일어나 건물 일부가 파손된 일을 겪고 나서 연락회를 만들게 됐다.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 살면서 독자적으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는 후카다 가즈히데는 “정부는 소각로 주변 방사선 수치가 비교적 낮게 측정되고 있으니 괜찮다지만, 하늘에서 방사능 물질을 흡착하는 기구를 띄워서 확실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소각로에 설치된 필터가 방사능 오염 물질을 99.9% 흡착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당신 주변의 방사능 오염 쓰레기>라는 책을 쓴 프리랜서 기자 마사노 아쓰코는 “기본적으로 필터는 필터보다 작은 입자는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 또한 필터 제조사도 항상 99.9% 오염 물질을 흡착할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역민들의 불안과 거액의 건설비에도 불구하고 가설소각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피난 주민 귀환 정책이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봄 일부 귀환 곤란지역을 제외하고는 원전 반경 20㎞에 내린 피난 지시를 해제했다. 주민들을 귀환시키려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 폐기물이 나온다. 폐기물 양을 되도록 줄이기 위해서 ‘지정 폐기물’ 중 풀과 나무처럼 태울 수 있는 폐기물은 태우고 있다. 흙처럼 태울 수 없는 것은 주로 논밭이나 공터에 임시로 쌓아둔다. 도미오카 도로를 지나다보면 제염 쓰레기를 모아 둔 적치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폐기물 중 방사능 오염 수치가 10만㏃ 이상인 폐기물은 원전 주변에 마련한 중간저장시설로 옮기고, 10만㏃ 이하는 매립할 예정이다. 중간저장시설로 옮긴 쓰레기는 30년 안에 후쿠시마현 밖에 최종 처분장을 만들어 이전하기로 했지만, 부지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 수치 8000㏃ 이하 폐기물 중 흙 등은 공공사업에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마사노는 폐기물 재활용 계획에 대해 “인류 사상 최악의 쓰레기 문제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8000㏃ 폐기물을 매립하면 정부가 확실히 안전하다고 말하는 100㏃까지 수치가 떨어지는 데까지 100년 넘게 걸린다”고 했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제염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실제로 6일 도미오카에서 방사선을 측정해보니, 마을 곳곳에서 일본 정부가 장기 목표치로 정한 시간당 0.23마이크로시버트(μSv)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 도미오카역 부근은 서울 수준인 시간당 0.1μSv 수준에 그쳤으나, 역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바닷가 절벽에서는 시간당 0.5μSv가 나왔다. 매립 최종 처분장 인근 야산에서는 시간당 0.96μSv까지 방사선량이 치솟았다.

후쿠시마현 도미오카 나라하/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6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 도로 주변에 방사능 제염 폐기물 적치장이 보인다.
6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 도로 주변에 방사능 제염 폐기물 적치장이 보인다.

6일 후쿠시마현 주민 후카다 가즈히데가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후타바군 도미오카 지역의 요노모리에서 길 위의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요노모리는 도미오카 지역에서도 피난해제 지역과 귀환곤란지역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뉜 곳이다
6일 후쿠시마현 주민 후카다 가즈히데가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후타바군 도미오카 지역의 요노모리에서 길 위의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요노모리는 도미오카 지역에서도 피난해제 지역과 귀환곤란지역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뉜 곳이다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 지역안에 있는 요노모리에 귀환곤란지역이니 통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 지역안에 있는 요노모리에 귀환곤란지역이니 통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지역에 방사능 폐기물 적치장과 작업원이 보인다.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지역에 방사능 폐기물 적치장과 작업원이 보인다.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 소각로 뒤로 바다가 보인다.
6일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미오카 소각로 뒤로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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