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26일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러시아-일본 문화의 해’ 행사 리셉션에서 건배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계획이 되살아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일본 총리가 다음달 초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다음달 8~9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전인 다음달 6~7일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알아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지난 3월 발표된 뒤 지속적으로 북한 핵·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와 함께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북-미 회담 의제에 넣어달라고 요구해왔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 아베 총리는 이와 같은 요구를 미국에 다시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3월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힌 직후 방미 계획을 밝혔으며, 4월17일에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일본 쪽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애초 미-일 양자 회담을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때 열려고 했으나, 그런 자리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대북 정책을 협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때 미-일 정상회담을 따로 열거나,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뒤 아베 총리가 방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대로 개최되는지를 지켜본 뒤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러시아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25일 오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으로도 추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일 평양선언에 의거해서 핵과 미사일, 납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서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는 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계획 발표 뒤 북-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평양선언’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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