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에서는 “비핵화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12일 밤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할지 의문을 남긴 회담”이라며 유보적 평가를 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정한 거래를 한다고 했는데, 공동성명 내용은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 구체적이지 않아 오히려 후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쪽이 교묘하게 시합을 한 듯한 느낌이 든다. 비핵화에 대한 일반적 합의는 했지만, 검증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 다만 미국은 체제 보장 약속을 지켜야 하게 됐고, 한국과 중국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 북한이 이긴 게임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각오는 어느 정도 한 듯 보인다. 다만 최종적 비핵화, 다시 말해 북한이 핵 능력을 완전히 포기할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보유국이지만 스스로 핵을 갖고 있다고 천명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이 이스라엘에 억지력이 되고 있다. 북한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
―북한이 ‘후퇴’해 다시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진 않는다고 본다. 일단 (기존에 보유한) 핵무기의 대부분은 포기한다고 봐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으로 북한도 체제 보장 등 많은 것을 얻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북한이 핵무기 보유 능력을 완전히 포기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동성명은 다소 기묘하고 복잡하다.”
―이번 합의가 파탄난 뒤 지난해처럼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있나?
“그럴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본다. 북한은 처음부터 주한미군 축소를 요구하지 않는 등 협상에 응한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북한도 이번 합의의 대부분을 시행할 것이라 본다. 북한이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를 결심한다면 (추가)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부터 정상회담을 처음 연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기 때문에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만족할 수 있다.”
―북-일 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안에 열릴 수 있을까?
“일본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북-미 공동성명 내용이 애매하기 때문에, 이 정도 내용으로 일본 정부가 급박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본 정부는 현재 매우 복잡한 입장에 놓여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미국과 100% 같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줄곧 지지해왔다. 이번 합의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해도 대외적으로는 “성공적”이라고 말해야 하는 처지다. 일본 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의문시하는 시선이 많다. 더구나 북-일 정상회담을 하려면 납치(일본인 납북자) 문제 교섭을 해야 하는데, 여론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북-일 정상회담을 해도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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