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쿄 최저임금 액수를 알리는 후생노동성 포스터. 배우 엔도 겐이치 사진 옆에 “최저임금, 확인했나?”라고 적혀있다.
일본 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 폭으로 올린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최저임금심의회 소위원회는 24일 전국 평균 최저임금 목표치를 3%(26엔·263원) 올린 874엔(약 8850원)으로 결정했다. 책정 방식을 일당에서 시급으로 바꾼 2002년 이후 최대 폭의 증가다. 아베 신조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3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률 3%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인상 목표치를 결정하면 47개 도도부현이 이에 맞춰 결정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물가가 비싼 도쿄와 지방의 최저임금은 차이가 난다. 지난해 도쿄의 최저임금은 958엔(약 9700원), 오키나와는 737엔(약 7462원)이었다. 인상액도 지역별로 4단계로 나눠 제시한다. 도쿄와 오사카 같은 주요 대도시권은 내년 인상액 목표치가 27엔으로 제시됐고, 오키나와와 후쿠시마 등은 가장 적은 23엔 인상이 제시됐다. 정부 목표치에 맞춰 가을에 도도부현별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도쿄의 최저임금은 처음으로 시간당 1000엔이 넘을 전망이다.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하는 민간기업 노동자 비율은 약 5%다. 중소기업만 따지만 10% 정도다. 일본에서도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3% 인상은 부담스럽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최저임금은 경제 수준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40% 정도로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에서 호텔업과 요식업을 하는 50대 한국인은 “보통 도쿄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면 시간당 1000엔 이상 줘야 한다. 한 달에 1만엔 정도 교통비도 보통 따로 지급한다”며 “일본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지금까지 완만하게 이뤄졌고 시장임금보다 낮기 때문에 경영에 부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비교적 적은 이유로 상가 임대료 문제도 꼽았다. 일본에서는 임대료를 올리고 싶어도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을 해야 하고, 조정이 안 되면 재판을 거쳐야 한다. 그는 “주위에서 임대료 분쟁으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봤지만 일방적 임대료 상승은 인정되지 않는다. 주위 상가 임대료 수준과 물가 상승률 등을 보고 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애초에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큰 폭으로 올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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