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강진으로 20명 이상이 행방불명된 남부 아쓰마초에서 자위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쓰마초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행방불명된 이들 상당수는 산사태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 아쓰마/교도 연합뉴스
7일 일본 홋카이도의 최대 도시 삿포로의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으로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10시께 국내선 카운터의 업무가 시작되자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6일 홋카이도 남부 이부리 지역을 강타한 규모 6.7의 강진으로 하루 넘게 시내에 발이 묶여 있던 이들이었다. 마쓰오카 리카(19)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집에 돌아가기 위해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피난소에 나와 줄을 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게 될 국제선은 8일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전날 지진의 충격으로 도내 최대 발전소인 도마토아쓰마 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정지되며 홋카이도는 전체 295만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블랙아웃’(대정전)에 빠졌다. 그러나 전날 오후께부터 복구가 시작돼 이날 오후 무렵엔 전체 가구의 절반인 154만3000가구에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끊겼던 대중교통도 조금씩 운행을 시작했다. 삿포로 시내 지하철 전체 노선, 시내를 순환하는 전차 노선, 신칸센이 평소보다 편수를 줄여 운행을 재개했다. 삿포로시 주오구에 사는 야노 도키코(68)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려다 시내를 움직이는 전차를 발견했다. 야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평소 늘 전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복구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내 일부에선 여전히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홋카이도 곳곳을 연결하는 재래선 열차 역시 신치토세 공항으로 향하는 쾌속열차를 빼곤 여전히 운행이 멈춰 있다.
대규모 산사태로 10명 이상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행방불명된 아쓰마초에선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주민 나카다 가즈노(67)는 6일 밤 산사태에 휩쓸린 집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됐을 때 오른쪽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함께 살던 장남 가즈요시(50)는 <요미우리신문>에 지진 당시 “일어설 수조차 없을 정도로 흔들림이 심했다”고 말했다. 급하게 집을 빠져나와 ‘아버지’라고 여러 차례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여동생 다키모토 메이카(16)를 잃은 덴마(17)는 일본 취재진에 둘러싸여 눈물만 흘렸다. 친척 후미오(67)는 “메이카의 얼굴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깨끗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8명(이 중 9명은 심폐정지로, 의사의 사망 판정을 받으면 사망자로 공식 집계), 실종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기 관광지인 홋카이도엔 약 40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현규 삿포로 총영사는 “삿포로 시내 임시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인들은 약 500명이지만, 항공기 예약 인원으로 추정할 때 4000명이 홋카이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동호회 등에는 하코다테 공항까지 이동해 홋카이도를 빠져나왔다거나 휴대폰 충전할 곳을 찾아 헤맸다는 사연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새벽에 홋카이도를 덮친 강진 이후 7일 오후 현재까지 104차례 여전이 이어졌다. 일본 기상청은 조만간 큰 여진이 올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홋카이도 전역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는 7300여명으로 추정된다. 갑작스러운 강진에 큰 충격을 받은 홋카이도는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었지만, 도시 기능이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조금 더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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