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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러시아, 함정까지 나포하며 우크라이나 압박…왜?

등록 2018-11-26 16:47수정 2018-11-26 21:11

러시아,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함정 3척 나포
우크라이나 계엄령 요구…내년 대선 연기 가능
양국 의도적으로 긴장 격화 움직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새벽(현지시각) 러시아의 자국 함정 나포에 관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궁 누리집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새벽(현지시각) 러시아의 자국 함정 나포에 관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궁 누리집
러시아가 크림반도 주변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을 나포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이어진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계엄령 선포가 예상돼 내년 3월 대선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25일 저녁(현지시각) 크림반도 인근 아조프해 입구에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3척에 포격을 가하고는 나포했다. 나포된 함정들은 2척의 소형 전투함과 1척의 예인선이다. 우크라이나 함정들은 피습으로 기동이 불가능해졌고, 우크라이나 병사 6명이 다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나포된 함정 3척은 이날 아침 흑해의 오데사항에서 아조프해의 마리우폴항을 향해 출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해협에서 러시아 함정이 자국 예인선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함정들은 아조프해 진입을 계속 시도했으나, 러시아 유조선이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통하는 케르치해협의 다리 밑을 가로막았다고 한다. 이어 러시아 전투기 2대와 헬리콥터 2대가 상공에 출몰한 뒤 러시아 함정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함정들은 기동이 불가능해지고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함정들은 인근 케르치항으로 끌려갔다.

우크라이나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26일 새벽 긴급 회의를 열고, 의회에 계엄령 선포 의결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내년 3월 대선이 연기될 수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현재 여론조사 추세로는 재선 가능성이 적다. 우크라이나 의원인 무스타파 나이옘은 <뉴욕 타임스>에 “계엄령이 발동하면 대선, 총선, 지방선거뿐 아니라 파업, 시위, 집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러시아대사관 앞에는 150여명이 몰려들어 타이어를 태우면서 반러 시위를 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세력의 분리주의 내전, 올해 5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케르치해협대교(크림대교) 개통으로 높아진 긴장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

크림반도 동쪽 아조프해는 내전의 무대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접하며, 마리우폴 등 항구는 우크라이나에는 곡물·강철·석탄의 주요 수출입항으로 사활적인 항구이다. 양국은 2004년 케르치해협과 아조프해 수역을 공유하는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아조프해를 영해로 주장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크림대교 개통 이후 다리 밑에 대형 유조선을 정박시키고, 우크라이나 선박들이 위험한 책동을 벌인다며 안전을 이유로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업 선박들을 검색하며 통행을 제한해왔다. 이 조처는 우크라이나가 3월에 크림반도에서 출항한 러시아 어선을 억류한 게 빌미가 됐다.

25일 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나포 소식을 들은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러시아대사관 담장에 타이어를 쌓고 불을 지르자 보안요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있다.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나포 소식을 들은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러시아대사관 담장에 타이어를 쌓고 불을 지르자 보안요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있다.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양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도적으로 긴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함정들이 아조프해를 통해 마리우폴로 간다는 계획을 러시아에 미리 통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함정들의 케르치해협 통행은 안보적 이유로 거부됐고, 해역 진입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이용해 자신이 불리한 대선의 연기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 역시 아조프해 등의 해역에 대한 영유권 굳히기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크림반도 합병을 이유로 러시아를 제재하는 서방은 아조프해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26일 이 사태를 논의하는 비상회의를 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성명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영해 항행 권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주권 및 영유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전쟁 선포없는 전쟁 상태에 놓여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는 나포 사태 이후 26일 케르치해협 봉쇄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강력한 흑해함대를 동원해 아조프해의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며 이곳 항구들에 대한 봉쇄에 나선다면 우크라이나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더욱 취약해진다. 주요 무역항 마리우폴은 친러 무장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가깝다.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무장세력의 내전으로 수천명이 숨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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