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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군민일체 천황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등록 2019-04-09 17:14수정 2019-04-09 20:29

인터뷰 ㅣ 하라 다케시 일본 방송대 교수
“군민일체(君民一體)라는 천황제의 본질은 전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하라 다케시 일본 방송대 교수는 비판적 관점에서 ‘천황제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를 앞두고 최근 <헤이세이의 종언-퇴위와 천황, 황후>라는 책을 낸 그를 2일 만났다.

◆ 2차대전 패전 뒤에도 ‘천황제’가 온존하는 이유는 뭔가.

“에도막부 때부터 메이지 시대로 이행할 때 천황제가 크게 변한다. 메이지유신 전까지 천황은 교토에 줄곧 있었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지 시대가 되자 전국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신민과 천황이 일체화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천황이 가는 곳에 몇만이나 모여 기미가요를 제창하고 만세삼창을 외쳤다. 쇼와(히로히토) 천황은 패전 뒤인 1946년부터 54년까지 오키나와를 제외한 전국을 순행했다. 패전 뒤에도 천황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만세를 외쳤다. 원자폭탄 피해를 본 히로시마에서도 그랬다.”

히로히토 일왕이 1941년 관병식에서 백마를 타고 있다. 기록 영상 화면 갈무리
히로히토 일왕이 1941년 관병식에서 백마를 타고 있다. 기록 영상 화면 갈무리
◆ 일왕과 국민의 유대는 전보다 강해졌나.

“그렇다. 쇼와 천황은 군사 지도자였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군사 행사가 모델이었다. 병사들이 늘어서면 말을 타고 나타나는 관병식(열병식)이 모델이었고, 다른 행사에도 극히 통제된 상황에서 국민을 만났다. 하지만 헤이세이(아키히토) 천황은 완전히 상징천황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거는 스타일이다. 또 천황과 황후가 항상 함께 다녔다. 무릎을 꿇고 상대와 시선을 맞췄다.”

◆ 전후에 보다 좋은 방향으로 이행했다는 뜻인가.

“그렇게는 말할 수는 없다. 천황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결이 강화됐는데, 원래는 그 사이에 정부와 의회가 있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제 하에 해야 할 정부와 의회의 역할이 희미해진다. 재해 현장에서도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은 천황과 황후뿐인 것처럼 보인다. 총리와 정치인도 현장에 가지만 인상에 남지 않는다. 마치 2차대전 전 일본의 초국가주의가 부활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2005년 태평양전쟁 때 전사한 일본군들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사이판을 방문해 묵념을 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2005년 태평양전쟁 때 전사한 일본군들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사이판을 방문해 묵념을 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 동아시아에서 진정한 전후 청산이 되지 않은 것은 ‘천황제’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런 시각은 당연하다. 미국은 중국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냉전의 흐름 때문에 천황제를 유지하고 쇼와 천황을 퇴위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는 그런 구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천황제가 유지되면서 책임은 애매해지고 침략이라는 사실은 은폐됐다.”

◆ 군주제와 관련해 일본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가.

“공화제 이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면 목표는 천황의 사적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사적 행위를 공적 행위로 하는 경향이 있다. 천황이 재해 지역에 간다면 사적으로 가면 된다. 천황이 그렇게 사적으로 가고, 모두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은 상황이 바람직하다. 공적 행위가 헤이세이 시대에 비대해진 문제가 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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