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손을 맞잡고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시 주석에게 “내년에 벚꽃이 필 무렵 시진핑 주석을 국빈으로 일본에서 맞아, 일-중 관계를 다음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사카/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중국 관계 개선을 위해 공들여 추진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계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라는 돌발 변수에 부딪혔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로 중국 선박이 계속 다니면서, 일본 내에서 국빈 초청에 회의적인 반응도 여전하다.
아베 총리는 최근 몇 년간 중국과 관계 개선을 주요 외교 목표로 설정했다. 더구나 이번엔 벚꽃이 만개하는 4월에 시 주석을 맞이해 양국 관계 개선의 상징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었다. 이때 2008년 전략적 호혜 관계를 규정한 제4의 정치문서에 이어 양국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제5의 정치문서 발표도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 기세가 이미 2002년 11월 발생했던 사스 때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사스 당시 전세계 확진 환자 수는 약 8000명이었으나, 4일 기준 중국 본토에서만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 환자가 2만명을 뛰어넘었다. 또한, 사스 유행 당시 세계보건기구(WHO)가 사태 종료를 선언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이에 비춰보면 일본 정부가 시 주석 방일 시기로 계획 중인 4월까지는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 사태가 마무리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 일본 정부는 시 주석 국빈 방일을 계획대로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시 주석 국빈 방일에 대해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대 때문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듣지 못했다. 예정대로 준비를 묵묵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중국 정부도 일단 일정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 때문에 온라인으로 열린 3일 중국 외무성 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은 시 주석 방일에 대해 “항상 일본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양국은 향후 중대한 외교 일정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각 방면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정조회장은 지난 2일 <엔에이치케이>(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 주석 방일과 관련 “유연하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중국 국내에서 (감염) 종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영토 문제 갈등으로 자민당 내 보수파를 중심으로도 시 주석을 국빈으로 맞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센카쿠열도와 주변 지역에서 항해한 중국 정부 선박이 1000척을 넘어 일본 정부 통계 작성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비행기의 일본 영공 근접에 따른 일본 자위대 전투기 긴급발진은 지난해 4월~12월 523회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자민당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당내 반발도 있어 총리실의 본심은 신종 코로나를 이유로 (시 주석이) 오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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