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영향으로 닛케이225지수가 4.41% 하락 마감한 12일 일본 도쿄에서 주가 하락을 나타내는 전광판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일본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일본 내각부와 재무성이 발표한 1~3월 대기업전산업 경기판단지수(BSI·비에스아이)는 -10.1로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세율이 6%에서 8%로 인상됐던 2014년 4~7월에 나왔던 -14.6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수치다. 대기업 중 제조업은 -17.2였다. 비제조업 중 서비스업은 -10.3이었는데, 이 수치는 동일본대지진 때인 2011년 4~6월 -17.7 이후 최악의 수치다. 특히, 관광객 급감과 내국인 외출 자제 분위기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은 -56.6까지 떨어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영향으로 4.41%(856.43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이는 2017년 4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시장 불안이 심각해지자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했다. 면담 뒤 구로다 총재는 “금융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 시장에 윤택하게 자금을 공급하거나 여러 주식을 모아 만들어진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고 있다. 상황을 충분히 주시하면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때에 주저하지 않고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금융완화를 뼈대로 한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7년 만에 올해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호봉 상승을 뜻하는 정기승급과 수당을 포함해서 한 달 8600엔 인상에 합의했다. 또 다른 자동차 업체인 마쓰다도 7년 만에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 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은 개선됐지만 개인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그동안 기업들에 임금인상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른바 ‘관제 춘투’(정부가 주도하는 임금 인상 투쟁)로 2014년부터 6년 연속 2%대 이상 임금 인상이 이뤄져 왔지만, 올해는 어렵게 됐다. 기본급 인상은 노동계가 임금 인상의 핵심으로 여기는 부분인데, 대기업이 기본급 자체는 아예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협상은 앞으로 중소기업으로 이어질 예정인데, 대기업이 소극적인 상황이라 중소기업에서도 기본급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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