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에 의지해 올해 1천조원에 육박하는 신규 국채 발행을 추진해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8일 국회에 제출할 2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일반회계 세출 총액은 160조3천억엔(약 1천773조6천874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앞서 최고 기록을 세운 2019년도(약 104조7천억엔)의 약 1.5배에 달한다.
금년도 본 예산 세출 총액은 102조6천580억엔(약 1천135조8천902억원)이었는데 두 차례의 추경으로 57조6천억엔(약 637조3천325억원) 정도가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국채 발행으로 추경 재원을 전액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금년도에 90조엔(약 995조8천32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하며 일본은행은 국채가 잘 소화되도록 시장을 통해 이를 대량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일본은행은 미리 땅 고르기 작업을 마쳤다. 올해 4월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정부의 긴급경제정책에 따라 국채 발행이 증가하는 것의 영향을 고려해 (중략) 당분간 장기 국채, 단기 국채 모두 더욱 적극적으로 매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행은 특히 10년물 국채 금리가 0% 정도의 추이를 유지하도록 "상한을 두지 않고 필요한 금액의 장기국채를 매입한다"고 규정했다. 기존에는 "보유 잔고의 증가액 연간 80조엔을 목표로 하면서 탄력적인 매입을 시행한다"고 상한을 뒀으나 이를 폐지한 것이다.
재정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재임 중에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낸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노무라소켄(野村總硏)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빚을 대신 떠맡는) 사실상의 '재정 파이낸스' 색채가 더욱 강해졌다"고 도쿄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재정 파이낸스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해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것으로 '국채의 화폐화'(monetization)라고도 불린다. 이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우려가 있으며, 일본 재정법 5조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 국회의 의결 범위에서 행하는 것을 제외하고 일본은행이 재정 파이낸스를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사들이는 국채가 이례적으로 많다고 분석한다. 우에노 쓰요시(上野剛志)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의하면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국채 등의 총자산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0∼50% 수준이지만 일본은행의 경우 GDP의 120%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의 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니혼소켄(日本總究)의 가와무라 사유리(河村小百合) 수석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매입 방식은 이상하며 손실을 내기 쉽고 재정 규율도 느슨해진다. 통화의 신용에 영향을 주면 과도한 인플레이션 등을 일으켜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장기채무 잔액은 2020년도 본예산을 기준으로 2021년 3월 말에 1천125조엔(약 1경2천447조9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GDP의 190% 수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