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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로봇이지만…들려주세요, 마지막 인사

등록 2020-07-22 18:16수정 2020-07-23 02:30

“남은 이들 다시 일어설 계기 되길”
일본 미디어 아티스트 ‘빙의’ 로봇
3D 프린터·음성 녹음 활용
죽은 가족·연인 등 재현 프로젝트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치하라 에쓰코는 죽은 사람을 로봇으로 ‘빙의’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갈무리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치하라 에쓰코는 죽은 사람을 로봇으로 ‘빙의’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갈무리

일본에서 죽은 사람의 얼굴이나 음성, 몸짓을 재현하는 로봇이 개발돼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2일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치하라 에쓰코가 죽은 사람을 로봇으로 ‘빙의’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가족이나 친구, 연인의 생전 얼굴을 가면처럼 만들고, 음성이나 몸짓 등 신체적 특징을 로봇에 프로그램화시키는 방식이다. 유족들은 로봇과 살아 있을 때처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이치하라는 49일이 지나면 프로그램을 삭제할 계획이다. 불교식 ‘49재’ 기간 동안 유족들이 고인을 닮은 로봇과 마지막 정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취지다.

이치하라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고인이 된 할아버지를 재현한 로봇은 그동안 즐거웠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죽고 싶지 않다”고 농담을 했다. 때때로 기침을 하는 등 실제 살아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49일째가 되자 할아버지는 “이제 가야겠다. 날이 추운데 몸조심하라”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치하라는 <엔에이치케이> 인터뷰에서 “할머니 장례식 때 떠올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소중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반영했다. 그는 “현대 기술력을 통해 남은 사람들이 (장례를 치르고) 괴로운 시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의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치하라는 인공지능(AI)이나 음성 합성 기술을 접목해 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본에는 고인을 잊지 못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이 ‘조의’에도 반영된 셈이다. <엔에이치케이>는 죽은 이에게 많게는 20~30차례씩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 100여명을 조사했다. 이들은 “고마웠던 마음을 써서 보냈더니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었다”거나 “계정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메시지가 (죽은 사람에게) 도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을 남겼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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