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원자로 폭발사고가 일어났던 후쿠시마제1원전 주변의 지하수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수준 이상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로, 부지 이외 지하수에서 지속적으로 자연수준 이상의 삼중수소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쇼즈가와 가쓰미 도쿄대 조교수(환경분석학)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6년 동안 후쿠시마원전 주변 10곳의 지하수를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원전 부지 남쪽으로 10m, 300m 떨어져 있는 두 곳에서 삼중수소가 자연에 존재하는 수준을 크게 웃도는 리터(ℓ)당 평균 약 20베크렐(㏃, 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이 검출됐다. 지하수의 삼중수소가 일본 정부 배출 기준치(ℓ당 6만 베크렐)를 크게 밑돌고 있지만 빗물 등 자연상태에선 1베크렐 정도가 존재하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연구팀은 “지하수의 삼중수소 발생 원인은 원전 말고는 없다”며 “폭발사고 초기에 원자로 건물에서 새어 나온 오염수가 지하로 퍼졌거나 2013~2014년 오염수를 저장한 탱크 누출 사고 때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쇼즈가와 조교수는 “바다뿐 아니라 지하수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며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고농도 오염수가 부지 바깥의 지하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영국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전자판)에 실렸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정화 처리한 뒤 바다에 방류한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일본 정부는 알프스 처리를 거치면 물과 비슷한 성질 때문에 현존하는 기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삼중수소만 남는다고 주장하며 오염수 바다 방류 안을 지난달 27일 공식 결정하려했으나, 지역 어업 종사자 등의 반대 등에 부딪혀 결정을 연기한 상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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