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장. EPA 연합뉴스
일본 국민 10명 중 9명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리 요시로 위원장의 ‘여성이 많으면 회의가 길어진다’고 여성을 비하한 발언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7일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102명)를 실시한 결과, 모리 위원장 발언에 대해 91%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고 8일 보도했다. “크게 문제가 있다”가 63%, “다소 문제가 있다”는 28%로 나왔다.
모리 위원장이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위원장이 몸 담고 있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도 위원장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밝혔고, 사퇴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7일 공식 누리집을 통해 “모리 위원장의 발언은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것”이라며 “젠더의 평등은 도쿄올림픽의 기본 원칙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날 올림픽위원회가 있는 도쿄 신주쿠 빌딩 앞에는 모리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도 있었다. 온라인에선 “모리 위원장이 사과를 했지만 자신의 발언이 왜 차별적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이 8일 현재 13만명을 넘어섰다.
모리 위원장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남녀차별 분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리 위원장이 ‘여성 비하’ 발언을 하면서 사례로 들었던 일본럭비협회 첫 여성 이사를 지낸 이나자와 유코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회의에서 발언을 한 것은 필요했기 때문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아직도 남녀격차 지수가 세계에서 121위다. 이런 것도 한 요인으로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가사와라 에츠코 쥰텐도 대학 여성스포츠 연구센터장은 <지지통신> 인터뷰에서 “모리 위원장의 발언은 해외라면 절대로 용서되지 않는다. 해고됐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스포츠계에 뿌리 깊은 남녀 불평등이 원인으로 사람이 변하면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엇을 하면 세계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온라인을 통해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공개 회의에서 여성 이사를 늘리는 문제를 언급하며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일본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4일 사과를 하고 발언을 철회 한 바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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