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모리 요시로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이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조직위 긴급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성차별 발언’으로 물러나는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 여성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모리 위원장의 발언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여성을 새 위원장으로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4일 모리 위원장 후임으로 여성인 하시모토 세이코(56) 올림픽담당상과 난바 도모코(58) 요코하마 디엔에이(DeNA
) 베이스타스 회장 등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하시모토 올림픽담당상은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땄던 선수 출신이다. 난바 회장은 모바일 게임 업체인 ‘디엔에이’ 창업자이며, 프로 야구 구단 디엔에이 베이스타스 회장이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의에서 여성 이사를 늘리는 문제를 언급하며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일본에서는 모리 위원장 발언이 “여성 멸시” 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서구 언론들도 성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모리 위원장은 파문이 커지자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지만 위원장직은 계속 맡으려 했다. 그러나,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자 발언 9일 뒤인 지난 12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모리 위원장은 사임 의사를 굳힌 지난 11일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에게 후임을 맡아달라고 했는데, 이 또한 후임자를 “밀실 선발”한다는 비판 때문에 백지화됐다. 가와부치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11일 “모리 (위원장) 기대에 부응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으나, 이 선양안이 큰 비판을 받자 하룻밤 뒤인 12일 사퇴 뜻을 밝혔다.
잇단 비판 여론에 직면한 도쿄올림픽조직위는 후임 위원장 선발에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후보자검토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기존 조직위 이사들 중심으로 구성할 이 위원회에서 위원장 후보를 선정하고 이르면 다음 주 이사회를 열어 후임 위원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이사들 사이에서 여성이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새 위원장은 실무보다는 모리 위원장 여성 멸시 발언으로 땅에 떨어진 이미지를 회복해 도쿄올림픽이 비전으로 내세운 ‘다양성과 조화’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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