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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10년 사진 속 후쿠시마…되돌아온 고향, 삶은 되돌릴 수 없었다

등록 2021-03-10 04:59수정 2021-03-10 07:33

[동일본 대지진 그 후 10년]
프리랜서 사진 저널리스트 도요다 나오미
매달 후쿠시마 찾아 10년간 수십만장 촬영
2011년 3월11일 원전 만이라도 없었더라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6년 뒤인 2017년 9월 이타테무라에서 하세가와가 “고향 땅을 황폐하게 놔둘 수는 없다”며 심은 메밀에서 핀 꽃을 바라보고 있다. 사고 뒤 후쿠시마에서는 버려진 젖소들이 백골로 발견되고는 했다. 하세가와도 낙농업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세가와는 지난해 가을에도 메밀을 수확했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후쿠시마 원전 사고 6년 뒤인 2017년 9월 이타테무라에서 하세가와가 “고향 땅을 황폐하게 놔둘 수는 없다”며 심은 메밀에서 핀 꽃을 바라보고 있다. 사고 뒤 후쿠시마에서는 버려진 젖소들이 백골로 발견되고는 했다. 하세가와도 낙농업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세가와는 지난해 가을에도 메밀을 수확했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전(후쿠시마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다음 날인 2011년 3월12일. 프리랜서 사진가 도요다 나오미(65)는 방사선량계, 안정요오드제(갑상선 피폭을 막기 위해 먹는 약), 위성전화와 카메라를 챙겨 도쿄에서 후쿠시마현으로 향했다. 이라크전쟁 현장 취재 경험이 있고 후쿠시마원전 사고 직전까지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취재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관련 취재 장비를 갖춰 출발할 수 있었지만 사고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사고 이틀 뒤인 2011년 3월13일 후쿠시마원전에서 4㎞ 떨어진 후타바 정사무소(한국의 면사무소)까지 접근했을 때, 그가 이라크에서 사용했던 선량계는 측정 한도인 시간당 1000마이크로시버트(1밀리시버트)를 넘었다. 1밀리시버트만 해도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까지 그는 거의 매달 후쿠시마를 찾아 취재를 계속해왔다. 10년간 후쿠시마원전 사고 취재로 찍은 사진만 수십만장에 이른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두 달 뒤인 2011년 5월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에서 낙농업자인 하세가와 겐이치가 구덩이에 우유를 버리고 있다. 2011년 3월19일 이다테무라에서 생산된 우유에서 당시 정부 잠정 기준치인 1㎏당 300베크렐을 크게 초과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돼, 출하를 할 수 없게 됐다. 우유를 짜지 않으면 젖소가 유방염을 앓기 때문에 매일 우유를 짜서 내버리는 나날이었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두 달 뒤인 2011년 5월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에서 낙농업자인 하세가와 겐이치가 구덩이에 우유를 버리고 있다. 2011년 3월19일 이다테무라에서 생산된 우유에서 당시 정부 잠정 기준치인 1㎏당 300베크렐을 크게 초과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돼, 출하를 할 수 없게 됐다. 우유를 짜지 않으면 젖소가 유방염을 앓기 때문에 매일 우유를 짜서 내버리는 나날이었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그의 카메라 렌즈에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이 담겼다. 마을 전체 주민과 함께 피난을 해야 했던 낙농가 하세가와 겐이치(67)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하세가와는 2012년 당시 원전 건설이 추진되던 경북 영덕을 방문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체험담을 이야기하며 “한국과 일본, 세계의 시민들이 힘을 합쳐 원전을 중단시키자”고 호소한 적도 있다. 

하세가와는 원전 사고 5년 뒤인 2016년부터 원래 살던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에서 메밀 농사를 짓고 있다. 거래처도 없어지고 방사능 오염까지 겹쳐 다시 낙농업을 할 수는 없지만, 고향 땅을 황폐화시키지 않기 위한 결단이었다. 하세가와가 키우던 젖소에게 짜낸 우유를 버리고, 자살한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메밀을 수확하는 10년의 삶이 도요다의 사진에 담았다. 이타테무라로 귀환한 하세가와는 일본 시민단체 주최 강연에 연사로 나서는 등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현실을 증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요다가 공동감독을 맡아 개봉한 영화 <서머셜리-유언 제6장>에도 출연했다. ‘서머셜리’(Samosely)는 피난했다가 현재 우크라이나가 된 체르노빌로 돌아온 사람들을 말한다. 이타테무라 피난 지시가 해제된 2017년, 하세가와가 귀환을 고민하며, 원전 사고 뒤 30년이 흐른 체르노빌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2011년 6월 이타테무라에서 “원전 만이라도 없었다면”이라고 쓴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 동료의 관 앞에서 하세가와가 추도하고 있다. 하세가와는 “나쁜 예상이 들어맞고 말았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는 전했다. 두 달 뒤인 8월 마에다지구 구장(한국의 이장)이었던 하세가와는 마을 전 주민이 피난했다고 신고하고, 자신도 인근 다테시 임시 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2011년 6월 이타테무라에서 “원전 만이라도 없었다면”이라고 쓴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 동료의 관 앞에서 하세가와가 추도하고 있다. 하세가와는 “나쁜 예상이 들어맞고 말았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는 전했다. 두 달 뒤인 8월 마에다지구 구장(한국의 이장)이었던 하세가와는 마을 전 주민이 피난했다고 신고하고, 자신도 인근 다테시 임시 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2018년 5월3일 이타테무라에서 열린 ‘마쓰리’(축제)에서 주민들이 ‘미코시’(축제 때 쓰는 가마)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옆에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흙 등을 긁어내는 ‘제염작업’으로 생긴 오염토를 임시로 쌓아 덮어둔 것이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44년까지 오염토를 후쿠시마현 밖으로 옮겨 최종처분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종 처분장 후보지를 찾는 작업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2018년 5월3일 이타테무라에서 열린 ‘마쓰리’(축제)에서 주민들이 ‘미코시’(축제 때 쓰는 가마)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옆에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흙 등을 긁어내는 ‘제염작업’으로 생긴 오염토를 임시로 쌓아 덮어둔 것이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44년까지 오염토를 후쿠시마현 밖으로 옮겨 최종처분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종 처분장 후보지를 찾는 작업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사진 도요다 나오미 제공

도요다는 최근 <한겨레>와의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는 10년이나 20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 반감기만 따져도 (사고 뒤) 3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도요다는 후쿠시마를 10년간 취재하면서 “원전 사고로 생긴 방사성 물질 오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원전 사고로 한번 망가진 인생 설계와 가족, 지역 공동체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내거는 후쿠시마 부흥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풍평 피해(소문으로 인한 피해)라는 말을 정부와 후쿠시마현, 행정당국은 반복하지만 지금도 실제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실제 오염이나 피해는 일본 정부가 숨기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주민 귀환 정책에 대해서도 “잘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전 문제는 해결됐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잊지 않고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취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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