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C 회장 또…이번엔 ‘재일동포 실명’ 광고 내려다 거부 당해

도 넘은 ‘재일동포 혐오’…12일에도 글올려
“인종차별” DHC와 관계 끊는 지자체 늘어

일본 DHC 누리집 갈무리

일본 화장품 대기업 디에이치씨(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이 재일동포를 비하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는데 대해 “인종차별”이라며 협력 관계를 중단하는 일본 내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요시다 회장은 또 방송이나 신문에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 내용이 담긴 광고까지 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디에이치씨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건강보조식품 등을 공급하는 협정을 체결한 지방자치단체 21곳 가운데 2곳은 관계를 중단했고, 1곳은 중단 예정이며 7곳은 검토 중이라고 24일 보도했다. 고치현 난코쿠시와 구마모토현 고시시는 최근 디에이치씨와 협력 관계를 끊었다. 고시시 관계자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회장의) 글은 인종차별에 해당한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 회장의 메시지를 용인하는 것을 비춰질 수 있고, 시민의 이해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치현 스쿠모시도 조만간 협정을 취소할 방침이며,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등 7곳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해 11월, 올 4월에 이어 이달에도 재일동포를 혐오하는 글을 디에이치씨 공식 누리집에 올렸다. 이달 12일엔 “엔에이치케이(NHK), 아사히신문, 국회의원, 변호사, 재판관 등 일본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코리안계가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국에 있어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코리안계는 “뒤통수가 절벽” 한국인은 “화려하고 숨을 내쉬듯 거짓말하는 성격”이라고 비하했다. 요시다 회장은 또 이 글에서 일본 내 ‘코리안계’ 유명 인사를 실명으로 알리는 광고를 방송이나 신문에 내보내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니치>, <요미우리>, <산케이> 신문과 <니혼티브이> 등을 거절한 언론사로 지목했다.

요시다 회장의 혐오 발언은 온라인 불매운동,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취소 등에도 제어장치 없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건강보조식품 경쟁사인 산토리를 겨냥해 “산토리 CF에 기용된 탤런트는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열 일본인”이라며 “그래서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조선인 등을 멸시하는 표현인 ‘존’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말로 풀이된다.

지난달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디에이치씨에 대한 ‘인종차별’ 취재를 시작하자, 또 다시 글을 올렸다. 그는 “NHK는 간부, 아나운서, 사원 대부분이 코리안계”라며 “출연하는 학자, 연예인, 스포츠 선수의 상당수, 심지어 우연을 가장한 거리 인터뷰조차도 코리안계를 선택하고 있다”고 황당한 발언을 늘어놨다.

나카무라 히데키 기타규슈시립대 교수(헌법학)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요시다 회장의 글은 헤이트 스피치”라며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기업 총수가 차별을 반복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최근 기자칼럼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보면 유명 기업 총수가 이런 글을 올리고도 별 문제가 없는 일본 사회의 감각을 믿기 어려울 것”이라며 “헤이트 스피치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