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사성암에서 내려다본 전남 구례의 전경. 한겨레21 정용일
한겨레21 921호
[특집2] 생계 위해 농촌 향한 ‘귀농 1세대’서 주체적으로 이주 선택하는 ‘귀농·귀촌 2.0’시대로… 삶의 기반 송두리째 바꾼 싱글 남녀를 만나다
지난해 수도권을 빠져나간 인구는 48만8935명, 유입된 인구는 48만485명이었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수도권 전출 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았던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세종시 건설 등 정부의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의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증가한 젊은층의 귀농·귀촌 움직임과도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바야흐로 이도향촌(離都向村)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징표일까. 이촌향도가 지배적 흐름이던 우리 사회에 귀농·귀촌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30~40대는 생활고를 피해 농어촌으로 향했다. 이런 ‘생계형 귀농’ 열풍은 곧 사그라들었다. 2000년대 초 경기가 회복되자 귀농 인구가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귀농·귀촌은 2000년대 중반 전환점을 맞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며 귀농·귀촌 인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의 흐름에서 또렷이 감지되는 것은 귀촌의 동기와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압박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농촌 이주의 주요 동기이던 시기를 ‘귀농·귀촌 1.0’이라 이름한다면, 최근의 흐름은 ‘귀농·귀촌 2.0’이라 새롭게 명명할 만하다. 귀촌의 새로운 흐름은 도시의 인구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도시와 농촌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확충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거나, 도시가 아닌 공간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 변화된 환경에 조응해 다양한 삶의 형식을 실험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다. 도시와 농촌에 주거지를 마련해 양쪽을 오가며 생활하는 ‘멀티해비테이션’ 주거 형태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제주로 본사 이전을 완료한 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기업 자체가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농업인재개발원이 지난해 정부 지원 귀농·귀촌 교육을 받은 도시민 10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8%는 도시보다 농촌이 살기 좋다는 이유로 농촌 이주를 꿈꾸고 있었다. 농사를 지으려고 도시를 떠나겠다는 응답은 14%였다. 건강(9.1%), 자녀 교육(1.9%), 새로운 가치관 추구(1%), 건강한 먹거리 생산(0.7%) 등이 뒤를 이었다. 텃밭 경작이나 창작·취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려는 이들은 지역 주민과 적극 소통하며 문화·교육의 공간을 일구거나 지역에 터를 박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은 대체로 40~50대다. 그러나 구직난과 높은 주거비 등에 고통받는 젊은층의 도시 탈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11년 자료를 보면, 20~30대 귀농·귀촌자는 전년보다 3배 가량 늘었다. 비교적 생활이 자유로운 문화예술계 종사자가 아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일반 샐러리맨 중에도 귀농·귀촌자가 적잖다. 이들에게 시골 생활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다. <한겨레21>은 최근 2~3년 새 젊은 귀촌 희망자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제주도와 ‘귀농·귀촌 1번지’로 불리는 지리산 자락을 찾아 그곳에 막 정착한 싱글 남녀들의 삶을 엿보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지난해 수도권을 빠져나간 인구는 48만8935명, 유입된 인구는 48만485명이었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수도권 전출 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았던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세종시 건설 등 정부의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의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증가한 젊은층의 귀농·귀촌 움직임과도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바야흐로 이도향촌(離都向村)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징표일까. 이촌향도가 지배적 흐름이던 우리 사회에 귀농·귀촌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30~40대는 생활고를 피해 농어촌으로 향했다. 이런 ‘생계형 귀농’ 열풍은 곧 사그라들었다. 2000년대 초 경기가 회복되자 귀농 인구가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귀농·귀촌은 2000년대 중반 전환점을 맞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며 귀농·귀촌 인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의 흐름에서 또렷이 감지되는 것은 귀촌의 동기와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압박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농촌 이주의 주요 동기이던 시기를 ‘귀농·귀촌 1.0’이라 이름한다면, 최근의 흐름은 ‘귀농·귀촌 2.0’이라 새롭게 명명할 만하다. 귀촌의 새로운 흐름은 도시의 인구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도시와 농촌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확충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거나, 도시가 아닌 공간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 변화된 환경에 조응해 다양한 삶의 형식을 실험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다. 도시와 농촌에 주거지를 마련해 양쪽을 오가며 생활하는 ‘멀티해비테이션’ 주거 형태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제주로 본사 이전을 완료한 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기업 자체가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제주 구좌읍 월정리 해변. 한겨레21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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