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한 사유가 없는 한 누구든 군에 가야 하는 게 대한민국 인구 절반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군에서 겪은 불합리나 부조리가 술자리에서 추억의 영웅전 버전으로 재생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일 것입니다. 얘기의 끝자락에는 “어디 군바리가 사람이냐, 사람이면 그런 일 안하지”라는 후렴구도 농담처럼 따라붙곤 합니다.
그런데 군인은 정말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8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및 제한 처분을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민변은 “군인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선언”이라고 일갈했네요. 국민이면 누구나 누리는 책을 읽을 권리, 알 권리가 군인이라는 이유로 유보되어야 한다는 발상은 지나친 것 아닌가요?
내친김에 더 나아가 봅시다. 불온서적이란 도대체 무엇이죠? 누가 정하죠? 또 그 사람의 지적 우월성, 패권은 어디서 담보되죠? 결국 국방부의 판단에 맡겨졌는데, 이거 고양이에게 생선 지키라는 격 아닌가요?
한번 보시죠.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안>, 소설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 모두 국방부의 불온도서 목록에 들어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책들은 정부·학술단체·언론에서 우수·추천도서로 선정된 책들입니다.
사실 ‘불온서적’에 대한 대중들의 판단은 이미 내려진 것 아닌가요? 지난해 애초 국방부의 불온도서 목록이 알려지자, 불온서적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지 않았습니까? 헌재가 대중의 정서조차 쫓아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강화되는 안보 논리에 편승한 결정 아닌지 하는 의심이 저 혼자만의 것일까요? 헌재 무용론, 그냥 나오는 게 아닙니다.
한국방송 사장 재직 당시 국세청과의 세금소송을 조정으로 마무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사장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네요. 애초부터 ‘표적 사정’, ‘정치 사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는데, 이제 정 전 사장을 해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뭔가 해명해야 할 차례입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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