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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나부끼는 청와대 하늘

등록 2010-11-12 16:28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과거 건설업계에 몸담고 있던 시절 정해진 목표보다 항상 훨씬 더 높은 실적을 낸 것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해서 붙여진 별명 ‘불도저’는 대통령이 된 지금도 해외언론에서 이 대통령을 표현하는 트레이드마크입니다. 그런 그의 지도력을 한마디로 ‘시이오형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시이오형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적 지상주의이지요.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는 별다른 고려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실적은 숫자로 말합니다. 그 숫자에 사람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이 그런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어제(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아랍에미리트에 특전사 병력을 파병하기로 한 것은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협력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가 파병을 포함해 40개 정도의 질문을 했는데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자 대통령이 ‘적극 협조해보자’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야당은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를 위해 국군을 끼워팔기로 파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더욱 꺼림칙한 건 파견될 특전사 요원들의 역할입니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언론사 논설위원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아랍에미리트 쪽은) 정권 안보적 차원에서, 자기와 가깝고 영토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외국군이 와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권 안보 지원’ 용병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인데 김 장관은 친절하게도 “지금도 아랍에미리트 군대는 용병을 3분의 1가량 쓰고 있다”는 설명까지 붙였습니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어진 한-미 에프티에이(FTA) 추가협상에서도 사람은 없고 주판알만 보입니다. 애초 한-미 정상회의 전에 매듭짓겠다던 협상이 결렬됐으나 청와대 안에선 오히려 ‘잘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협상 타결로 피해를 입게 될 국내 자동차업계나 축산농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협상 타결 후의 정치적 후유증에 G20 정상회의 성과가 묻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경제 효과를 낼 것이라던 G20 서울 정상회의가 오후 서울선언을 발표한 뒤 막을 내렸습니다. 정부는 또 어김없이 회의 성과를 놓고 열심히 주판알을 튀기겠지요. 그 주판알엔 사람이 들어 있을까요, 없을까요.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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