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날씨만큼 쌀쌀한 소식이 경상남도에 전해졌는데,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낙동강 공사구간 사업권을 경남도로부터 회수하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경남도는 행정소송으로 맞설 방침을 밝혀, 국책사업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태까지 예상됩니다. 내일치 <한겨레>는 이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비중있게 짚고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좀 다른 각도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겠습니다. 차세대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관련한 얘기입니다. 물론 정부의 4대강 사업권 회수가 김두관 지사의 입지와 직접 관련돼 있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김 지사의 향후 정치적 입지에 영향을 줄 게 분명합니다.
지난주에 예산협의를 위해 서울에 올라온 김 지사를 잠깐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감으로는, 김 지사가 4대강 사업에 관해 정부와 어떻게든 타협을 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중앙정부와 자꾸 싸우는 걸로 지역민들에게 비치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친야 무소속인 김 지사로선 현 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인 경남지역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정치적으로만 보면, 김 지사에겐 이런 ‘효과’도 있습니다. 즉 전국적 이슈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수도권 유권자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잘만 하면 전국적 인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민주당에선 김 지사를 차세대 주자로 잘 거론하지 않지만(이건 민주당의 기반이 호남과 수도권이란 점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에선 김 지사의 이름과 정치적 파괴력에 관한 얘기를 더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경남지역의 한 의원은 “내년부터는 지역구에 가서 살 생각이다. 원래 부산·경남은 야성이 강했던 곳인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지사가 당선됨으로써 2012년 총선도 한나라당에 쉽지가 않다”고 우려했습니다. 정치권에선 경남 17개 의석 가운데, 야당이나 친야 무소속 후보가 최대 7~8곳까지 당선될 수도 있다고 내다봅니다. 여당이 아성으로 꼽히는 경남에서 이렇게 의석을 잃으면 참패라 불릴 겁니다.
경남과 부산, 울산까지를 통칭 PK(부산 경남)로 분류한다면, PK의 유권자 수는 620만여명으로, 경기(약 870만명) 다음으로 많습니다. 얼마 전 여권에서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씨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 차세대 주자로 키우려 했던 거나, 김두관 지사의 행보에 계속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흔히 충청도가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말하지만, 진짜 캐스팅보트는 PK가 쥐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부산·경남이 여당인 한나라당 지지로 ‘몰빵’하느냐, 아니면 야당 쪽으로 표를 상당수 분산시키느냐가 대선 성패를 가른다는 겁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가 경상남도에 대해 강공을 펼치는 배경의 한 가닥엔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도 깔려 있을 겁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경남도의 대립,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정치적 행보와 연결해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박찬수 편집국 부국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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