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의혹이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야당대표와 국정원장까지 사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추가 민간인 사찰 의혹도 나왔습니다. 지난번 ‘청와대 대포폰’ 의혹을 제기했던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당시 청와대 대포폰은 결국 사실로 밝혀졌죠. 이번에는 어떨까요?
사실 청와대 파견 국정원 직원의 국정원장 뒷조사 관련 이야기는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영포라인’인 이 직원이 한나라당 내의 반 ‘형님’ 그룹 의원들을 사찰했다가 해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으며, 또 이 직원이 국정원으로 복귀하려 할 때는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이 “내 뒷조사를 한 사람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해 총리실로 갔다가 원세훈 현 국정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국정원으로 복귀했다는 것입니다. 이 의원의 이날 의혹제기는 이런 소문의 정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됩니다.
이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 파견 경찰의 수첩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보면 연예기획사·가수까지 등장하고 있어, 민간인 불법 사찰이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듭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이 불거진 지 벌써 6개월 남짓 됩니다. 얼마 전 이인규 전 지원관 등 관련자에 대한 1심 재판까지 끝마쳤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됩니다. 까도 까도 또 나오고, 이제 ‘양파 사찰’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쯤 되면 검찰 재수사가 불가피한 것 아닙니까?
권력은 어떻게든 그냥 묻어두고 가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도 권력 교체의 경험이 4번이나 됩니다. 정치적 함의가 큰 사건이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나요? 집권 후반기의 대통령, 갈수록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털고 가는 게 향후 예상되는 레임덕의 어려움을 줄이는 길 아닐까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문(FTA)의 본문 수정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미국의 요구가 협정문을 수정하지 않으면 들어주기 어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청와대에서는 “협정문을 수정해야 하면 과감하게 할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유무역협정문 본문을 한 자라도 고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호언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제 정부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재협상이 분명해졌습니다. 야당의 전면 재협상 요구를 거부할 정부의 명분도 밑천이 드러나게 됐네요. 그나저나 협상이라면 주고받는 것인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우리도 그 대가로 뭔가 챙길 수 있는 거겠죠?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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