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사흘은 전통적으로 대개 어떤 일을 할 때 한 매듭을 짓는 기간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예컨대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더라도 금방 입관을 하지 않고 사흘 뒤에 입관했습니다. 사흘 동안 죽은 이를 애통해 하며 소생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간직하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요즘 풍습 중엔 추석이나 설 연휴가 사흘이지요. 고향을 오가는 시간을 고려해 명절을 준비하고 마치는 기간을 대략 사흘로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의사들로부터 사나흘 지켜보자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이 기간동안 몸의 회복 정도를 지켜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정하자는 의미지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한 번의 심호흡 기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어떤 해법들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오늘치 <한겨레>에 난 전문가들의 생각을 살펴봅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군사적 대응은 보복의 악순환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서해의 평화 정착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시민이 바라는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라는 겁니다. 서보혁 이화여대 교수는 “군사적 충돌이 있어선 안 된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뒤 내년 연초에 새로운 남북관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인도적인 문제,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해 나갈 채널을 항상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우리도 평화를 해치는 행동은 안 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연평도에 사는 사람들도 제주도 사람들처럼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은 대화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에 맞대응하자는 국민 정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맞대응이 가져올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도발하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상황 악화를 방지할 외교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던지는 사태 수습의 화두는 ‘평화’의 원칙과 ‘대화’의 끈입니다. 하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수습은커녕 긴장만 높아지는 형국입니다. 포격을 당한 남쪽은 남쪽 대로, 도발을 감행한 북쪽은 북쪽 대로 마치 정해놓은 갈길을 가듯 상대방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포격 직후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던 군통수권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몇배로 응징하라’ ‘미사일 기지도 경우에 따라 타격하라’며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28일부터는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무력시위가 벌어집다. 어제 아침 일본 요코스카기지를 출발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훈련 참가를 위해 서해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자 북쪽은 “남조선이 또 군사적 도발을 하면 주저없이 2차, 3차로 물리적 보복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또다시 위협을 가했습니다. 중국도 26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외교부장의 방한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당사자인 연평도 주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국자들의 눈에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당국이 밝힌 서해훈련계획에서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안전대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은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모두 연평도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28일 서해연합훈련이 시작되면 포탄이 언제 어디서 또 터질지 불안해서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면 사무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오늘 아침 현재 연평도에는 불과 주민 30명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인근 백령도 주민들도 섬을 탈출하기 위해 서둘러 배에 오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떠난 그 자리엔 국제정치질서를 둘러싼 파워게임만이 그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합니다.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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