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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론의 위험성

등록 2010-11-30 08:43

내부고발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3년간 미국 국무부와 세계 각국에 파견된 공관이 주고받은 외교 문서 25만건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주요인사의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나 외국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 행사, 뒷거래 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번 자료 공개로 미국 패권외교의 추악한 뒷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입니다.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도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를 고려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보도를 보면,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관리들이 북한 정권 붕괴의 경우 중국이 통일한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습니다. 지난 2월 보고 내용이니까, 비교적 최근의 정부 인식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북한 붕괴론은 새로울 것도 없는 것입니다.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과 이어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당시, 김영삼 정부는 물론 미국도 북한 붕괴론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북핵 동결을 내용으로 하는 제네바 합의에 서명한 것도 북한 조기 붕괴론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곧 무너질 정권이니까, 우선 급한 대로 북핵 프로그램을 묶어놓으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실상은 어땠습니까. 북한 정권은 고립과 굶주림으로,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최대 몇 백만명이 숨지는 어려움을 견뎌내지 않았습니까?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 붕괴론은 현실적 근거가 약하다’는 전제 위에 서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게 사망선고를 받은 북한 붕괴론이 이명박 정부들어 다시 고개를 든 것입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5029’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보수세력의 주장이 거세지 않습니까? 북한정권이 붕괴할 수 있으니 그 이후 시나리오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인 것입니다. 여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정부가 북한 최고권력의 이상 징후나 향배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붕괴론 하나만 보고 입안된 것은 아닌지 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턱없는 대북 강경책을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곧 망할 정권이니까 조금만 더 옥죄면 끝장낼 수 있다,” 이런 생각 아니냐는 것이죠.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요? 김영삼 정부의 대북 정책입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겪은 최악의 남북관계가 지금 재연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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