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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감군

등록 2010-12-07 08:28수정 2010-12-07 14:20

중국에 당나라 시절 감군이 있었습니다. 군을 감독하기 위해 황제가 파견한 관리입니다. 혹 군 지휘관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감시하는 것이죠. 대체로 환관이 파견됐는데, 이들의 횡포가 자심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전투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예컨대 이런 경우죠. 전투 중에 조금이라도 전황이 불리해지면 제일 먼저 도망가는 것이 감군이라고 합니다. 황제의 명을 직접 받은 관리이기 때문에 군 지휘관도 감군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감군의 도주가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죠. 병사들이 “우리가 졌구나” 하곤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면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Stars and Stripes)가 최근 누리집에 ‘위기의 한반도’ 코너를 새로 만들어 유사시 미국인의 대피계획과 미군 연락처 등을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주한미군 쪽은 “군 차원에서 요청한 게 아니라 성조의 자체 판단으로 탈출계획 정보를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연평도 사건 이후 높아진 외국인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든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감군일 리야 있겠습니까?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병사의 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건의했습니다. 6일 어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복무기간은 2014년까지 18개월로 단축한다는 계획에 따라 계속 줄어왔습니다. 현재는 21개월 남짓 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군복무 기간 단축 철회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국방개혁 2020은 병력을 68만명 수준에서 50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군을 기술과 첨단 무기 구조로 재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변화된 안보환경’을 이유로 군전력 증강 사업이 줄줄이 연기되고 대신 군병력 감축계획 축소가 추진됐습니다.

정부가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정치적으로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이어서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도 사안의 민감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듯합니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일단 건의가 있었으니 검토해야 하나 실제로 채택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국방선진화추진위라고 이 문제의 정치적 파괴력을 몰랐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군복무기간을 현행 21개월로 동결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연평도 사태 이후 태도를 바꿨다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군복무기간 축소 계획에 반감을 가졌던 군 보수세력이 연평도 사태를 빌미로 반전을 노리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연평도 사태가 군 복무기간이 짧아서 일어난 것이냐”는 네티즌들의 목소리에는 이런 의구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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